- 도쿄여행 2307 (10)
딸과 다이칸야마에서 시부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공용장소에서 조용한 일본 답게 버스 안은 조용했고, 에어컨 덕에 상당히 쾌적했다.
어디서 누가 자꾸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길래 이게 뭔가 하고 둘러봤더니 운전기사분이 계속 안내방송을 하고 계셨던 것.
게다가 여자분이신지 속삭이는 목소리가 마치 자장가처럼 들렸다. 핸드폰으로 크게 통화하는 우리나라 기사님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너무 낯설어 딸과 킥킥 웃었는데.
조용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만난 시부야는 혼돈 그 자체였다.
기온은 연일 35도를 넘는 가운데, 대규모 행사라도 열린 마냥 젊은 친구들이 쏟아졌다. 홍대 확장버전인가, 촌년처럼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우리가 더위를 무릅쓰고 이곳까지 온 이유, 당연히 있었다.
딸이 '타워레코드'에 가봐야 한다고 했기에.
크으, 내가 딸 나이였을 때 강남역 핫스팟이었고, 만남의 장소였던 바로 거기?
짝사랑하던 남자가 있던 모임의 장소, 강남역 주변 풍경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나이 들수록 가지 않게 되는 곳이 강남역, 홍대주변인 것 같은데, 일본까지 와서 부러 그런 상권에 간 것이다. 딸과 함께 여행하니 아무래도 피할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과 더위에 기가 빨렸지만 한편으론 에너지가 솟는 기분도 들었다.
부글부글한 젊음의 에너지탕에 빠진 기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의 뜨거움과 활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오랜만에 '타워레코드'간판을 보니 추억이 방울방울... 은 무슨.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어깨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얼른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딸은 초등학생 때부터 아이돌 덕질을 시작한
한 진성이었기에 한국아이돌 앨범이야 집에 쌓여있었다.
이곳에서 파는 일본 여자 아이돌, 그것도 옛날 아이돌인 '마츠다 세이코'라는 여자 가수 앨범을 사러 왔다고 한다. 특이하다, 특이해....
난 사고 싶은 물건이 없었지만 덕분에 CD, 카세트테이프까지 구경하느라 재밌었다. 집에도 추억 때문에 못 버린 것들이 진열되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하나라도 더 보태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타워레코드와 내 20대를 추억하며 요즘 핫하다는 '미야시타 파크'쇼핑몰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