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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타야서점은 서점이 아닌데 왜 서점일까

- 도쿄여행 2307 (9)

by 선홍


올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츠타야서점' 팝업이 한남동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츠타야서점은 서점이라는 타이틀이 붙었을 뿐, 음악, 패션, 인테리어 소품 등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감각적인 공간으로 오래전부터 일본 가면 꼭 가봐야지 하던 공간이었다.

천편일률적인 큐레이션이 아닌, 각 지역에 어울리는 컨셉과 개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만들어진지 십 년도 더 지나 화제성이 떨어지긴 했지만 서점의 편견을 깨부순 서점, '츠타야 서점' 그중에서도 다이칸야마점이 궁금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남동과 비슷한 곳이고, 여유 있는 취미생활을 추구하는 스타일 있는 성인들을 위한 곳이라고 들었다.


딸과 나는 츠타야서점이 있는 '다이칸야마 T-사이트'를 향해 호기롭게 출발했다.

문제는 푹푹 찌는 한여름 더위속, 지하철역을 나와 거의 20분은 걸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도쿄의 더위는 서울보다 습도가 더 많아 후덥지근한 느낌, 택시비는 너무 비싸 안 탄다는 기준을 세운 터였는데.


생각보다 송곳 같은 더위에 당황해 눈에 보이는 아무 편의점으로 대피해야 했다. 동네 자체에 아기자기한 곳은 없고 럭셔리한 샵들만 있어 구경하면서 쉬어가기도 어려웠다. 사람 살려....


겨우 겨우 다이칸야마 T-사이트에 도착하니 그제야 마음이 편해졌다.

낮고 하얀 건물 3개 동이 '츠타야서점'인 것 같았고, 그 뒤로 카페, 레스토랑, 빵집 등등이 잘 꾸며진 정원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건물들이 다 낮았고, 꽃과 나무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 그런지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츠타야 서점에 들어가 요리조리 후비고 다니면서 책, 소품, 먹거리까지 재밌게 구경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 많은 책 중에서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찾아내는 나, 한국보다 깜찍한 판형에 반해 기념품으로 얼른 구매했다.

딸은 더위에 무리했는지 힘들어해 서점 내 카페에서 쉬기로 했다. 카페 분위기도 호텔 라운지처럼 클래식한 분위기라 쉬어가기 좋았지만 가격이 좀 비싼 게 흠.


한국에 돌아와 츠타야서점 창립자가 쓴 '지적지본론'을 읽어봤다.


츠타야 서점을 운영하는 CCC의 사장 마스다 무네아키는 당시 비디오테이프, 레코드와 서적이 삼위일체를 이룬 상점을 만들려고 했지 서점이 애초 목적이 아니었다고 한다. '츠타야'라는 이름도 할아버지가 운영했던 유흥주점 이름에서 따왔다는데

서점이 사양사업이라고 하지만 큐레이션을 잘 못하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고객이 원하는 걸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일침 하기도 한다.


다이칸야마의 츠타야서점은 고정관념을 벗어난 유별난 공간이 아니라 고객이 취향의 책을 구매하면 책 속의 음반을 구할 수 있고, 책 읽을 카페가 있는 편안한 공간이었다.


덥지만 오길 잘했다, 우린 다음 행선지인 시부야행 버스에 올랐다.


다이칸야마 T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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