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다, 그야말로 넌.
아직 연애 한번 못해본 너에게 사랑 얘기를 하려니 쑥스럽고 왠지 두근댄다.
마음에도 없는 남사친이 밥 먹자고 연락 와 부담스러운데 거절할 방법을 모르겠다며 고민하는 네가 풋풋하기만 하다. 그런 고민을 할 수 있는 네가 부럽다. 이젠 나에게 오지 않을 시간들.
대체 사랑이 뭘까. 참 많이도 걸려 넘어지고 일어서기의 반복이었다. 이 사람을 못 본다는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솟던 마음이 언젠가는 식어버리고, 시간이 흐르면 그땐 내가 왜 그랬지?싶다. 나 자신이 낯선 사람처럼 이해가 되질 않았다.
좋아하는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란 이유만으로 뻔한 장소가 매혹적인 향기를 풍겼다. 그 또한 시간이 지나 가보면 낡고 평범하기 짝이 없는 곳임을 깨닫고 어리둥절할 지경이었는데.
그 사람이 다른 이성과 즐겁게 웃는 모습만 봐도 질투의 불길이 화르르 터올라 머리끝이 쭈뼛해졌었고,
지치고 우울한 일상을 보낸 끝에 상대의 미소 한방이면 몸이 날아갈 듯 두둥실 떠올랐다. 눈에도 이상이 생기는지 그 사람의 주변에만 후광이 보이네? 한마디로 오감이 정상이 아닌 거지. 미친 거야.
사랑을 하면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알게 된다. 평소에는 내가 꽤 이성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의 말에 쉽게 서운해지고, 삐지고, 하염없이 질투를 한다. 그저 사랑받고 싶어서.
이상한 나와의 조우는 평소엔 불가능한 일이므로 사랑을 통해 내 바닥을 경험해보길 바래. 그럼 이상한 남도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사랑을 통해 조금씩 시야를 넓히는 것은 환영이지만 내 문제를 상대에게 투사해 괴롭히진 말자. 바람둥이 아버지 때문에 상처 입었던 사람은 애인도 믿기 어려워 상처를 주잖아. 힘들어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말아야지.
다음 연애로 덮으려 들지 말고 멈출 줄도 알아야 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기적을 최대한 좋은 기억으로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하잔 말이지. 끝도 없이 가능할 줄로만 알았던 연애하는 시기에 유통기한이 있더라고.
나이를 먹을수록 서로의 조건부터 보게 되고, 욕구도 줄어들어. 지난 사랑을 추억하면서 사랑이 귀찮아지는 상상, 넌 할 수 없겠지.
궁금한 것은, 대체 그 뜨거웠던 마음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내 마음의 우주에 하나의 별로 남은 건지... 무엇 때문에 그리 타올랐었는지도 기억이 잘 안나.
그러니 시간은 진짜로 약이다.
사랑 때문에 고통받게 되더라도 견뎌라.
언젠가는 다 괜찮아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