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섭코 May 31. 2020

<13> 글로벌 연애 파국의 기록



기숙사에는 나이 뿐 아니라 인종, 출신 국가, 성장 국가가 제각기 다른 친구들이 많이 모여있다. 문화적 차이가 있다곤 하지만 다들 신나서 수다를 떠는 토픽 중 하나는 단연 연애다. 경향성은 존재하지만, 특정 나라나 문화권을 퉁쳐서 얘들은 다 보수적이야 혹은 개방적이야 라고 단정할 수 있는 경우는 없었다. 결국은 사람 바이 사람 문제로 귀결될 뿐이다. 사용하는 언어와 생김새가 다를 뿐 결국 먹고 자고 싸는 같은 인간 종임을 꾸준히 느낀다. (그럼에도 rasicm이 존재하는 것이 또 아이러니좋은 소문보다는 나쁜 소문이 더 빨리 퍼지듯, 이 곳에서도 순탄한 연애보단 연애 파국 썰들이 테이블 위로 더 자주 올라온다.


하이틴물에 나올법한 얼굴과 훤칠한 피지컬, 게다가 유머러스한 말빨까지 겸비한 그는 기숙사 내에서 '쿨한 애' 로 나름 유명했다. 매력이 넘치는 만큼 그는 그 매력을 남김없이 사용했고, 적중률마저 높았던 나머지 'Fuck boy' 라는 명성까지 차지했다. 만나는 여학생한테마다 아름답다는 찬양부터, '난 밝아보이지만 사실 마음 속 깊은 상처도 있지, would you 내 상처를 함께 탐험?' 류의 어필도 능한 아이였다. 그의 메인 타겟은 교환학생들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자연스럽게 정리된다는 점을 적극 활용하는듯 했다. 친구 중 한명은 농담조로, '너 혹시 한번 하고싶으면, 걔 찾아가면 돼. 이런 농담을 할 정도지, 걔는.' 이라고 이야기했다.

매력만큼 사랑도 참 많구나 하며 그의 플러팅(수작질) 연대기에 박수를 보낼 수도 있었겠지만, 문제는 그에게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것이다. 어느날 여자친구가 그를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덴마크까지 날아와 기숙사에 도착했다. 떨어져 있는 동안 역시 심상찮음을 느껴왔던 여자친구는 그를 추궁했고, 추궁 끝에 그는 그의 연대기를 고백했으며, 그 날 기숙사 복도에서 살벌한 고성이 들려왔다고 한다. 부부의 세계가 따로 없구만, 기숙사 건너 불구경을 하며 혀를 찼다.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연애썰



꽁지머리에 안경을 즐겨 쓰곤 했던 남자애 역시 오만 여자애들에게 추파를 던지곤 했다. 같은 기숙사에 사는 여자애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로 꾸준히 연락을 보내며 '그나저나, 너 오늘 아름다웠어' 라는 이야기를 끼워넣고, 술자리에서 맞은편에 앉아 윙크를 보내고, 어설픈 데이트 신청 등을 하곤 했다. 물론, 이런 추파를 던지는 대상이 한명이 아니었다. 그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력도 인기도 딱히 없는 편이라 아쉽게도 성사되는 경우는 적었다. 여자애들은 친구끼리 왜 저 지랄이냐며 그의 이야기가 나오면 각자가 받았던 추파 스토리를 풀며 손사레를 치곤 했다. 역시 문제는 그 역시 본국에서부터 오래 사귀어 온 여자친구가 있었단 것이다. 그에게 메신저로 꾸준한 추파를 받던 여자애는, 어느날 그가 공항으로 여자친구를 데리러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추파의 정체를 되물었고 그는 뻔뻔하게 '아름다운 여자에게 찬사를 보내는 일은 잘못된 일이 아닌데 왜, 뭐가 문젠데?' 라고 대꾸했다고 한다. 어이구 그러십니까.


남자친구가 간식거리를 잔뜩 택배로 보내줬다는 자랑을 비롯해 그가 그립다는 노래를 부르던 애가 어느 순간부터 같은 기숙사에 사는 애와 썸을 타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종교적인 이유로 혼후관계주의라고 이야기하니 그럼 너랑은 정신적인 연애를 하고 다른 사람을 구해 육체적인 연애를 동시에 하면 안되냐는 딜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듣곤 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팝콘을 뜯고 있다. 어디를 가든 바람 필 놈은 피고, 안 필 놈은 안 피고, 100명이 있으면 100가지의 연애스타일이 존재하더라. 역시, 연애는 이래야 한다는 썰들은 필요가 없다.

이전 12화 <12> 걱정을 앞당겨 쓰는 버릇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