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M이 바꾸는 부동산 시장
욕망의 대상 헬리콥터
어릴 때 갖고 싶었던 장난감이 있었습니다. 바로 무선 조종 헬리콥터였는데요. RC카도 물론 갖고 싶은 열망의 대상이었으나 땅보다는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헬리콥터를 조종하면 저도 마치 함께 비행하는 기분이 들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나름(?) 부모님께 효자 노릇을 하느라 한번도 사달라고 말씀 드렸던적이 없었습니다. 대신 타미야(TAMIYA)라고 모형 비행기, 자동차 등을 구매해서 만듦으로써 대리 만족을 하곤 했습니다. 사실 무선 헬리콥터를 살 정도로 타미야 제품을 여럿 구매해서 그닥 효자노릇을 한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어릴적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의 대상이었던 무선 헬리콥터가 어느새 드론이라는 이름을 단 기계로 발전되더니 이제는 공원에서 혹은 촬영 기구로써도 손쉽게 볼 수 있는 기계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UAM이 만들 미래
드론은 원래 군사 목적으로도 활용이 되었는데 그 범용성이 촬영에 용이해서 실제 방송 촬영용으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UAM이라고 Urban Air Mobility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최근에 현대자동차의 혁신 방향성 중 하나로 지목되어 더 큰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UAM 은 손쉽게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로 드론택시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차량 트래픽으로 도심내 정체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상공으로 배달 혹은 사람의 이동수단의 확장을 통해 전에 없던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대중교통은 지하로도 지상으로도 사람을 빠르고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다만 공중으로는 아직까지 ‘대중교통’ 의 개념이 없는게 사실인데요. 그렇다면 UAM이 대중교통의 하나로 자리매김 한다면 서울의 출퇴근 교통 체증도 한번에 해결할 수 있을거란 장미빛 기대감이 드는데요. 그렇다면 탑승과 하차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어쨌든 프로펠러가 달린 비행물체이므로 착륙할 장소가 필요할텐데요. 2022년 시점으로 UAM의 착륙장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 단순 비교를 해보자면 수상택시를 예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강에 수상 택시가 있다는 얘기는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출퇴근 지옥철을 피해서 서울시에서 야심차게 계획한 대중교통 수단인데요. 문제는 선착장의 접근성이 엄청나게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평상시에 한강을 가는 방법도 쉽지 않은데 말이죠.
그렇다면 수상택시나 UAM이 활성화가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이 중요한 요소라는걸 알 수 있는데요. 수상택시의 서비스는 관광 및 출퇴근 두가지로 구분 되었습니다. 한강이라는 상징적인 요소는 관광적으로 충분히 메리트가 있으며 서울의 출퇴근 길을 육로가 아닌 수로로써 이용하면 빠른 시간 단축을 예상한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 과연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차하는 역은 어디일까요?
먼저 서울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역은 어디인지 살펴보았습니다.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살펴보면 잠실역, 강남역, 고속터미널역, 서울역 순으로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이 가장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고속터미널역과 서울역은 아무래도 타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의 동선이 반영되어 높은 순위로 나타난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출근시간에 한정 지어서 살펴보면 어떨까요?
가산디지털단지역, 선릉역, 여의도역, 시청역 순으로 하차 인원이 많은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가산디지털단지역에 출근 트래픽이 가장 높으니 수상택시나 UAM을 이곳에 배치해야 될까요? 여기서 주의할 점은 권역입니다. 가산디지털단지역, 구로디지털단지역이 같은 권역이라면
선릉역은 강남역, 역삼역, 삼성역과 같은 권역이 될 수 있죠. 그리고 시청역은 을지로입구, 광화문과 같은 권역이 되는 것이죠. 즉, 단순 계산만 해보아도 1) 강남권역(GBD) , 2) 광화문권역(CBD) , 3) 여의도권역(YBD) 순으로 출근 인원이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괜히 3대 권역이라고 나눈게 아니네요.)
그렇다면 세권역의 공통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수많은 빌딩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근무하니 그만큼 많은 오피스 빌딩들이 있겠죠? 그렇다면 UAM의 경우 바로 이 빌딩을 이용하는 방법을 모색해보았습니다. 바로 빌딩 옥상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앞서 언급했던 헬리콥터가 떠오르시지 않나요? 바로 빌딩 옥상에 위치한 헬리콥터 착륙장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 착륙장은 핼리포트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먼저, 헬리콥터 착륙장인 핼리포트의 규정에 대해서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건축물의 피난, 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3조에 따르면 헬리포트는 길이와 너비 각각 22m 이상 되어야 하며, 15m까지 감축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반경 12m 이내 헬리콥터 이/착륙에 장애가 되는 건축물, 공작물 등을 설치하면 안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건물에 핼리포트를 설치해야 될까요?
건축법시행령 제40조(옥상광장 등의 설치) 제 4항 제1호에 따르면 층수 11층 이상인 건축물로서 11층 이상인 층의 바닥면적의 합계가 1만㎡ 이상인 건축물의 옥상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공간을 확보해야 하며, 건축물의 지붕을 평지붕으로 하는 경우, '헬리포트를 설치하거나 헬리콥터를 통해 인명 등을 구조할 수 있는 공간'을 설치해야 한다. 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대형빌딩의 경우 핼리포트 설치가 필수이며 대부분 설치가 되어 있는걸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도를 통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강남역 기준 500m 근방에 오피스 빌딩 옥상의 핼리포트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7군데 정도로 보입니다. 그 외에 아파트 시설에도 핼리포트가 설치되어 있지만 이런 부분은 생략하더라도 기 설치 되어 있는 핼리포트를 활용해서 UAM 착륙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UAM에 탑승할 수 있는 인원의 제한과 강남역 출근길 하차인원 약 1만명을 고려했을 때 위의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위의 조건이 아니더라도 옥상조경 설치를 권장하기 위해서 핼리포트 기준 완화를 적용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서는 UAM 을 통해 몇 명의 인원이 출근이 가능할까요?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출근시간 동안 UAM 한대당 4명이 탑승한다면, UAM이 도착하는 프로세스를 착륙-승/하차-이륙 총 세개로 규정합니다. 그리고 각 프로세스마다 5분, 10분, 5분의 소요 시간을 부여하면 1대당 총 소요 시간은 20분입니다. 그럼 1시간 동안 3대의 UAM이 한 빌딩에 방문이 가능하게 되며 총 12명의 인원이 출근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출근 시간 3시간 동안 36명이 출근길에 UAM 을 이용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현재 강남역 인근 핼리포트가 있는 빌딩이 7개 였으니 252명이 아침시간 핼리포트로 출근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죠. 그럼 강남역 출근 총 인원 1만명 중에 약 3%에 해당 되는 숫자입니다. 출근 인구의 이동 방식에 영향을 주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핼리포트 혹은 착륙장에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써야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UAM, AAM 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가정하에 기존의 헬리포트 및 역과 인접한 빌딩들의 옥상을 개방하게 되면 보다 더 빠른시일내에 출근길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거란 기대감이 드는건 사실입니다.
UAM을 통한 부동산의 가치 변화
그렇다면 UAM이 상용화되면 건물의 부동산 가치적 변화가 있을까요? 당연히 있습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통상적으로 우리는 건물의 1층이 가장 비싸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접근성이 용이하고 가시성이 좋기 때문이죠. 강남역을 걸어가면서 내 눈 시선이 닿는 곳에 있는 매장들은 서울에서 가장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는 매장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그에 따라 건물의 층별 Factor 요소는 각각 차이점을 갖습니다. 예를 들어 1층이 100%라면 2층은 30~50% 만 반영이 되고 지하층도 40% 정도 반영되는 식인 거죠.
그런데 만약 사람들이 대중교통에서 내리는 첫 장소가 건물의 옥상으로 바뀐다면 어떨까요? 건물의 임대료 가치를 매기는 Factor가 다르게 반영되야 합니다. 바로 옥상에서부터 100%를 매겨야 될지도 모르는 것이죠. 물론 초기에는 승/하자만 이뤄지기 때문에 옥상의 가치가 그렇게 높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UAM 이 상시 대기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부수적인 시설들이 건물 옥상을 기준으로 생겨날 것입니다. 손쉽게 말하면 지하철 상가를 예를 들 수 있겠죠. 역세권이라고도 하고, 편의점 및 각종 시설들이 지하상가 및 지하철역을 기준으로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강남역 출근 트래픽 약 1만명이 설명해줍니다. 그렇다면 옥상의 시설도 당연히 바뀌지 않을까요?
나아가서는 부동산 개발에도 이런 사항들이 디테일하게 반영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UAM 착륙장을 몇 개나 보유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예상 유입 트래픽이 달라질테고 그에 따라 아무런 수익적 기능을 하지 못했던 옥상층에서 리테일 상가 유치 등의 방법으로 추가 수익 유치를 기획 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건축구조검토 당시부터 옥상에 UAM 착륙장 및 전기 충전소를 함께 설치할 수도 있겠죠. 어쩌면 빠른 시일내에 UAM 착륙장과 옥상의 활용도에 따라서 건물의 가치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2의 물류창고 신드롬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근무하는 분들이라면 지금의 트렌드는 ‘물류’ 라는 것에 모두 공감하실 거에요. 온라인 쇼핑의 소비력은 지속적으로 커져가고 그에 따라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신선하게 제품을 고객들의 집 앞으로 보내는게 트렌드가 되었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도심과 가까운 교외의 대형 물류 창고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게 되었고 나아가 도심에도 도심형 물류창고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UAM이 물류 창고와 함께 할 때 더 큰 날개를 펼치리라 생각 됩니다.
왜냐하면 사람을 태우는 것과 화물을 태우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둘 모두 안정성이 중요하긴 하지만 손쉽게 생각해서 화물 항공과 승객을 태운 상공의 가장 큰 차이는 승무원의 유무죠. 바로 안정성에 더 무게감이 높은 것은 아무래도 사람이 타는 비행선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류 드론이 더 빨리 발전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입니다.
물론, UAM이 당장 상용화 되기엔 너무나도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위의 상상을 현실로 실현하는 것 자체도 여러 법정 규정을 새롭게 마련해야 됨은 물론이고 운영에도 안정성 및 기술적 완성도도 높아야하기 때문이죠. 혹자는 UAM이 비효율적이라고도 합니다. 저도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중력을 거스르는 추진력으로 상공을 날아올라야하고 수평으로 또 다시 에너지를 소비해 사람이나 물품을 운반해야 되는 것이죠. 더군다나 소음 문제도 있을 수 있고요. 하지만 수많은 굴지의 기업들이 UAM 에 도전장을 내미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테슬라의 스페이스X가 떠올랐습니다.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호모사피엔스가 지구 전역으로 뻗어나간 것처럼 현인류도 자원의 고갈로 우주의 무한한 자원을 발굴하기 위해 나아간다는 개념인데요. 저는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카운트다운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주된 내용은 스페이스X가 민간인들을 세계 최초로 우주 상공에 보내는 일을 담고 있습니다. 과거 달에 최초로 간 아폴로호를 떠올리게 하며 인류의 역사적인 순간이라는 점을 다큐멘터리에서 강조하고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여러 회사 및 단체의 후원을 받는 내용도 잠깐 등장합니다. 결국 이런 모든 이유와 명분들이 한데 모여 진행할 수 있는게 최첨단기술 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UAM도 인류가 여태 도전하지 못한 새로운 문명 개척의 한분야가 아닐까요? 어느날 상공을 날으는 드론택시를 보면 아이폰을 처음 본 순간보다 10배 이상은 더 경이롭지 않을까요? 한번쯤은 타보고 싶고 이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바로 그런 것들이 UAM 을 만드는 이유가 될것 같습니다. 언젠간 드론택시를 타고 출근할 날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