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이라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간단히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검색창에 '아파트 최고가' 라고만 입력해보면 되죠. 그럼 아마도 몇몇 기사에서 '강남불패'라는 단어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외의 지역도 종종 나오기도 합니다.
초고가 아파트로 불리는 아파트들이 있는 곳들 강남, 한남, 성수 등...의 공통점은 모두 강남과 맞닿아 있는 '입지'라는 것입니다. 결국 부동산은 말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결국 그 위치가 중요한 것이죠. 특히나 강남은 서울의 중심지로 교통수단은 물론 업무지구 및 문화시설로의 역할을 하는 서울 핵심 입지임에 분명합니다. 강남에만 거주하더라도 의식주는 물론 삶의 대부분의 영역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부동산 지표라는 아파트 가격을 살펴보더라도 강남을 기점으로 점차 번져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위치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다른 도시를 살펴볼까요? 영국의 수도 런던은 Zone이라는 개념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나뉩니다.
중심지는 1~2존 그 밖으로 3~9존이 각각 나뉘죠. 보통 관광으로 런던을 방문하셨다면 1~2존을 대부분 이용하시니 다른 곳을 잘 모르실 수도 있습니다. 특히 거주를 한다면 1-2존이 번화가이고 안전하다는 인상을 많이 풍기죠.
쉽게 생각해보면, 도심 중심일수록 번화가이고 관광지이기에 사람들이 많이 몰립니다. 그럼 당연히 생활편의시설도 발달 되어 있겠죠. 물론 기획도시의 경우 주거시설을 다른 곳에 만들기도 하니 물론 예외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의 중심지가 삶을 살아가는데 많은 편리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건 알 수 있습니다. (거주할 수 없을만큼 높은 비용이 문제지만요.)
도널드 트럼프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죠.
“When you are purchasing real estate, the three most important rules remain: location, location, location.”
미국에선 굉장히 유명한 말이기도 한데요. 아마존의 제프베조스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Real estate is the key cost of physical retailers. That’s why there’s the old saw: location, location, location.”
그외 다음과 같은 말들도 있습니다.
“You can change the house, but you can’t change the location.”
“Find out where the people are going and buy the land before they get there.”
결국, '입지'가 중요하다. 라는건 과거부터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조금 과거로 돌아가 입지의 중요성을 발견해볼까요?
조선의 수도는 한양입니다.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는 즉위 후 한양을 조선의 도읍지로 정했습니다. 한양(서울)은 한반도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고, 육지와 수로 교통이 편리합니다. 또한 동서남북을 산들이 감싸고 있어서 군사적 요새이기도 하죠. 그리고 모두가 사랑하는 중앙의 한강도 중앙에 흐르고 있죠.
앞서 언급했던 런던은 어떤가요? 런던에는 템즈강(Thames River)이 있습니다. 강과 바다가 연결되어 하구가 넓고 수심이 깊어서 대형 선박이 도심까지 운항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으로 로마 시대부터 런던은 항구로서의 기반은 다졌습니다. 무역과 해상 유통 중심지로 자리를 잡은거죠. 그리고 단순한 무역 거점을 넘어 금융과 권력의 중심지로 전환 되었습니다. 선박으로 유입된 차, 향신료 등은 창고와 무역상들 그리고 금융가들을 잇는 연결고리가 되었고, 경제/금융/정치 권력이 템즈강이라는 입지 위에 집중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뉴욕도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허드슨강 하구는 바다와 연결되어 대형 선박이 쉽게 드나들 수 있었고, 천연항만으로서 자리를 매김하였습니다. 또한 이리 운하가 개통 되면서 뉴욕은 물류, 무역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또한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진화하면서 무역/이민/인프라가 집중되어 월가와 금융업이 성장해 세계 자본 흐름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각 나라의 수도만 살펴보더라도 물리적 입지가 주는 장점이 극대화 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지가 주는 물리적인 장점은 쉽게 거스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바둑을 예로 들어볼까요? (참고로 전 바둑을 둘 줄 모릅니다. 이세돌씨 팬이라 찾아보다 보니..)
바둑을 둘 줄 몰라도, 바둑이 자리 싸움 게임이라는건 아시겠죠? 흙과 백이 번갈아 놓이면서 어디에 먼저 놓느냐로 점수를 만드는 게임입니다. 이때 표현을 '집'이라고도 하죠. 결국 좋은 자리를 선점해 영향력을 펼치는 게임이 바둑이고 바둑에서도 그만큼 좋은 위치, 입지의 선점이 중요한 것이죠.
아파트를 예로 들지 않아도 입지의 중요성은 너무나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주변에 가까운 스타벅스는 어디에 있나요? 편의점은 어디에 있죠? 잘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갈만한 곳'에 스타벅스와 편의점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입지의 원리'죠. 좋은 입지엔 좋은 상품과 좋은 브랜드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이것' 입니다.
우리 모두가 최고의 입지를 가질 수 없다.
부동산은 말 그대로 한정된 자원입니다. 같은 땅을 지분을 나눠서 가질 수는 있지만 그곳을 사용하는건 결국 사용자가 정해지기 마련이죠. 메타버스처럼 무한대로 같은 공간을 증식시킬 수 없다는 말입니다. (메타버스는 플랫폼마다 같은 지역 예를 들어 서울을 만들 수 있으니..)
누구나 나인원한남을 살고 싶으나, 나인원한남의 341세대는 정해져 있기 때문이죠. 같은 아파트 동호수에 수십명이 같이 살 수 없는 이유죠.
만약, 서울이라는 도시의 모든 시설이 사라지고 맨땅에서 다시 만들어진다면 어떨까요? 과연 지금과 같은 모습을 똑같이 유지할까요? 저는 분명 달라질 거라 확신합니다. 시간의 흐름과 사회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도시의 모습은 바뀔 수 밖에 없습니다. 기차에서 자동차로 기와집에서 콘크리트 건물로 언제 어느시점에 바뀌냐에 따라 지금의 남산타워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것이죠. (물론 이런일이 생기진 않겠죠.)
이처럼 모두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할 수 없는 것이 공간이고 부동산입니다. 재개발을 하는 명목으로 모든걸 밀어버리지 않는다면 말이죠.
또한 현대의 '입지'는 그 의미가 계속해서 바뀌고 있습니다. 역 앞에 위치한 아파트, 대로변에 위치해 파사드 노출이 좋은 건물은 여전히 입지가 좋은 부동산이자 공간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입지'의 의미가 부동산에서 갖는 장/단점을 말하기도 하지만, 콘텐츠의 장/단점을 말하기도 합니다.
뉴욕의 We are Ona라는 그룹은 Culinary를 다양한 모습, 형태, 공간에서 연출해내는 핫한 그룹입니다. 뉴욕의 높은 빌딩에서 프라이빗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하기도 하죠. 제 책 '4평이면 충분하다'에서 언급한 어니언 카페는 광장시장 골목 귀퉁이에 좌석도 없는 카페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스타벅스가 오래된 시장이나 DMZ에 문을 여는 것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콘텐츠에서는 입지를 유동성이 많은 즉 접근성이 좋은 곳을 택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색적이고 다가가기 어려운, '전통적인 입지와 반대되는 입지'를 택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전통적인 부동산적 관점을 뒤바꿈으로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기도 하죠.
쉽게 생각해볼까요?
팝업스토어를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팝업은 말 그대로 단기간 이뤄지는 이벤트 행사입니다. 그만큼 짧은 시간 동안 사람들의 집중된 관심과 트래픽으로 발생되는 바이럴이 중요하죠. 팝업 스토어의 공간을 찾는 가장 쉬운 방법도 있습니다. 현재 가장 값비싼 팝업스토어 부동산을 찾으면 되겠죠. 하지만 비용적인 부분이 부담되는 것 뿐만 아니라 '새로움' 이라는 인식을 심는 과정에서 과연 우리의 브랜드 이전, 그 전, 그 전에도 계속 되어온 팝업스토어 자리를 선택하는게 맞을까요? 물론 합리적인 방법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동일한 물리적 환경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다른 경험을 제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방문하는 몇몇 사람들은 이 전의 공간을 기억하고 얼마나 달라졌는지 평가하거나 체감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죠. (원래 모든 사람들은 평가하길 좋아하죠. 저 포함)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의 관점에서 입지는 때론 전통성을 회피하기도 합니다.
정확하겐 회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제가 주로 애용하는 심리 용어 중 하나인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라는 것이 있습니다. 닷을 내리듯 처음의 인식이 우리의 사고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인데요. '장소를 찾아가는 여정도 공간의 맞이 만큼 중요하다' 라는걸 이 용어가 대변합니다. 알게 모르게 공간을 찾아가는 길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나 감정, 도로의 메세지들이 도착지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콘텐츠의 입지 선정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죠.
자, 그러면
'부동산에서 입지보다 중요한게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셨나요?
과연 제가 위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것 같으세요?
저의 대답은 '없다' 입니다. 엥?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여태 열심히 전통적 입지와 현대적 입지를 설명해 놓고 식상한 대답이 다 있냐고요? 맞습니다. 다소 식상한 대답이죠. 부동산에서 물리적인 환경이 제약된 상태에서 '전통적 입지'의 탁월함 보다 더 우월한건 사실상 없습니다.
하지만, 이 대답은 '보편성'에 근거를 둔 대답입니다. 만약 10000가지의 오프라인 이용 목적이 있다면 그 중 대부분이 전통적 입지를 선호할 거라는 뜻입니다. 일반 사무실을 구하더라도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점심 식사가 용이한 곳이 좋겠죠. 현대차의 2024년 자동차 판매 대수는 400만대 정도이고, 2022년 페라리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1.3만대 정도라고 합니다. 절대적인 숫자는 '보편성'에 근거한 브랜드가 더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입지의 관점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2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우리 모두가 최고의 입지를 가질 수 없다.'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하거나 뺏어오는(?) 방법은 가능할지 모르나, 그러한 동의(?) 없이 같은 부동산을 취득할 수 없습니다.
두번째 '콘텐츠에서 입지는 전통성을 역행한다.' 너무나도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허우적 거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새롭고, 자극적인 자극을 주는 방법은 온라인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익숙하지 않고 새로운 입지일 수록 사람들이 더 새로움을 느끼는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첫번째의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입지를 찾게 되고 두번째의 이유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전통적인 입지를 부정하게 됩니다.
그럼 입지에 대한 인식과 활용성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공감하셨겠죠?
다음 화에선 입지를 뛰어넘는 '공간의 진짜 주인공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