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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쟁 통에 무슨 음악?

외부의 악조건들 속에 음악이란

by 마음은 줄리어드

오전 10시에 비올라 레슨이 있는 날이었다. 전 날 야구하다 손을 다친 둘째 아이를 위해 정형외과에 들러야 했다. 평소 우리가 다니는 정형외과 진료가 오래 걸리는 걸 알고 9시 병원 문이 열리기 30분 전에 도착해서 1등으로 접수했다. 시간 약속을 정확히 지키는 것에 강박적인 내가 비올라 선생님께 아이 병원 진료 때문에 20분 정도 늦을 수도 있다는 문자를 하는 것도 당연히 잊지 않았다.


1등으로 접수해서인가? 생각보다 진료는 일찍 끝났다. 아이를 학교 2교시 수업에 맞춰 내려주고 여유롭게 비올라 레슨실로 향하고 있었다.


평소 인터넷 알림장도 무음으로 해놓는 내가 둘째 아이가 교실에 잘 들어나 알림장에 접속해보았다. 그런데 셋째 아이 선생님의 메세지가 한 20분 전쯤 와 있다. 딸 아이의 안경 테가 부러졌다는 거다. 하교 후 살펴봐 주란다.


어렸을 적부터 안경을 써왔던 사람으로서 안경을 쓰는 사람이 안경이 없을 때 학교 생활을 하기가 얼마나 불편한 지 몸소 알고 있다. 하교할 때까지 방관할 수 없었다. 아이가 쓰는 안경과 똑같은 여분 안경 테가 집에 있다는 것도 아는 이상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레슨 시간을 지키기 위해 꽤 촉박한 시간이었다. 또 선생님께 문자를 하고 여분 안경 테를 찾아 들고 학교에 갔다. 쉬는 시간에 맞춰 아이가 내려오자 여분 안경테에 떨어진 안경 알을 넣어 다시 쓸 수 있게 해줬다. 아니나 다를까. 안경테가 부러져 안경을 못 쓰게 된 아이는 속상하고 놀랐는지 울었다고 한다.


뜻하지 않은 두 일을 해결하고 겨우 레슨실로 향하던 중 이런 생각이 또 스쳤다.


'이 전쟁 통에 도대체 음악이 뭐라고. 음악을 해야 하지?'


하지만 내 마음에 귀기울여보니 명백해진다. 외부의 규제가 강할수록 내가 더 뚫고 나아가야만 한다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아간다. 음악의 길을 향해 꿋꿋이. 더 이상 외부의 악조건에 나를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삶의 많은 것들이 우리의 통제 바깥에 있지만,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지배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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