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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노트 15. “알람 없는 아침, 나를 되돌려 본다

조직의 알람시계처럼 살아온 나

by 사무엘 Apr 03. 2025


지난 27년간,

나는 단 하루도 알람 없이 잠든 적이 없다.


매일 아침은

내가 깨어나는 시간이 아니라,

깨어나야 하는 시간이었다.


삶은 마치 조직의 알람 시계처럼 흘러갔다.

‘출근’, ‘회의’, ‘보고’, ‘회식’이라는 이름의 시간표가 내 하루의 리듬을 정해주었고,

나는 충실하게 그 시간표에 반응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

이제는

알람이 울리지 않는 아침을 살고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몸이 여전히 알아서 깨어난다는 것이다.


새벽.

그 익숙한 시간에 눈을 뜨고,

습관처럼 몸을 일으키려다,

나는 문득

다시 이불 속으로 스스로를 눕혀 본다.


내 몸을 재운다기보다는

오랜 시간 ‘사회적 긴장’ 속에 조율되어온 나를

잠시 놓아주는 느낌.


이제 나는

알람을 끄고,

내 안의 생체시계에 귀를 기울이는 중이다.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은 낯설지만,

어쩐지 따뜻하다.


마치 이런 느낌이다.


과거의 나는 손님처럼 시간을 대했고,

지금의 나는 주인처럼 시간을 맞는다.


예전엔 깨어나는 게 ‘의무’였고,

지금은 깨어남조차 ‘선택’이 되었다.


과거의 아침은 보고서를 위한 것이었고,

지금의 아침은 내 마음의 보고를 읽는 시간이다.


누워 있는 이 시간이

게으름이 아니라,

회복이며 재설계이며 관찰의 시간이라는 걸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27년간 충실하게 반응했던 것은

회사의 알람이었고,

지금 내가 조심스럽게 반응하고 있는 건

내 마음과 몸의 리듬이다.


그 리듬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아직은 평정심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렇기에 더 인간적이고,

그 흔들림 안에 회복의 기미가 숨어 있다.


이런 생각도 든다.


그동안 나는 ‘일정표 속의 나’를 살았다.

이제는 ‘감정표 속의 나’를 살아보고 싶다.


업무 대신 감정에 체크인하고,

지시 대신 직감을 따라가고,

시간관리 대신 체온관리부터 시작해보는 삶.


그게 아마,

인생 3막을 준비하는 몸과 마음의 예열 단계인지도 모른다.


오늘의 나는,

아무 알람 없이 눈을 떴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고,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내 몸에 시간을 맡겨보았다.


그건 작은 일이지만,

내게는 매우 큰 전환이었다.


어쩌면

진짜로 깨어난 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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