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닝 크루를 이끈 적이 있다. 독특하게도 내가 이끄는 크루는 한국에는 잘 안 알려져 있는 '해쉬, hash'라는 러닝이다. 맥주를 마시기 위해 뛴다는 아주 재밌는 철학으로 해외에는 대중적인 운동이다. 이 운동을 2012년 말레이시아 인턴 때 처음 접하고, 한국에 외국인을 12년, 15년 초대하면서 17년에는 3500명의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오는 글로벌대회를 주최할 수 있었다.
이 운동을 한국사람에도 알리기 위해, 크루를 운영했었는데 ,이 운동은 그날의 술래가 우리만 알아볼 수 있는 표식 (분필이나 밀가루)으로 길을 만들고 다른 크루들이 길을 함께 찾으면 완성시키는 운동이라 특이하고 매우 재밌다.
8월 15일, 특별한 날인 만큼 특별한 트레일을 만들고 싶었고, 달리는 사람에게도 8월 15일의 의미를 다시 한번 전달하고 싶었다. 이런 고민을 하며 한성대입구역 근처를 걷던 어느 날, 이런 곳에 소녀상이 있구나 싶었다. 생각해 보니 우리가 근처에 있음에도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소녀상들이 꽤 있겠구나라고 생각해서 검색해 보니 서울에만 20개 정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전국에 140여개?!)
소녀상 위치를 확인해 보고 이어보니, 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소녀상과 소녀상 사이에 또 역사적으로 기억해 볼 만한 위치들을 지도에서 찾아보고 잇다 보니 어느덧 20km짜리 의미 있는 트레일이 그려졌다. 답사를 위해 먼저 그 트레일을 달려보니 충분히 의미 있고 메시지전달이 가능해 보였다. (다만 일부 초보자들도 있어서, 중간에 지하철로 이동하는 재미를 넣었다.)
부정보다 긍정에, 슬픔보다 기쁨에 집중하자는 고집이 있어서, 소녀상 4개를 잇는 트레일이지만 그 안에 밝음이 있길 바랐다. 그래서 트레일에 있는 소녀상 직전에 꽃가게에 미리 결제하고, 러너들이 오면 꽃을 전달해 달라고 했다. 그들은 달리면서 꽃을 받았고, 그 꽃을 소녀상에 전달할 수 있었다. 서울역 강우규 의사의 동상과 정방교회(유관순 열사 장례식장소) 등도 지나가는 트레일을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2번의 광복절 러닝을 했었다. 첫 해에는 비가 많이 왔음에도 서초구에서 시작하여 서울역까지 간 역사의 트레일에 의미가 더 찐하게 느껴졌고, 두 번째 해에는 매우 더운 날이었음에도 중계역에서 한성대입구역까지 달리면서 만난 소녀상과 의미 있는 날을 보냈다는 감동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