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끊었다.
인스타도 끊었다.
안 본다.
대신 읽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눈도 못 뜨면서 침대 아래에 있는 전화기부터 먼저 손에 든다.
실 눈을 뜨고 영상을 본다.
낮에도 잠깐식 시간이 나면 인스타를 클릭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사진이나 영상을 본다.
혼자 킬킬 웃는다.
마켓에 가서 계산을 하려고 줄을 서있거나, 은행에 가거나, 어쨌든 잠시라도 기다려야 하는 일이 생기면 가방에서 쓰윽하고 자연스럽게 전화기를 꺼낸다.
저녁을 먹고 나서 산책을 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는 그전에 잠깐만 소파에 앉아 쉬었다 갈까 하며 전화기를 손에 들었다가, 10분이 30분이 되고 30분은 1시간이 되어 해는 떨어지고 밖은 깜깜해져 산책을 접어야 하는 일도 발생을 한다.
자기 전에는 또 어떤가.. 잠깐만 보다 잘까? 하며 틀어본 유튜브 숏츠 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는 통에 금방 새벽 1시가 넘어가고 놀라서 서둘러 청한 잠자리는 머릿속에 남아있는 뒤숭숭한 영상들로 밤새 영화를 찍어 아침에 일어나면 그리 피곤할 수가 없다.
사태가 이렇다 보니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적당히 조금만 보자고 몇 번 시도해 봤지만 잘 안 됐다.
'그래.. 아예 보지 말자.. 아예 보지를 말자고.. 그러면 뭘 하지?'
집에서야 손에 책을 들 수 있어도 밖에서가 문제였다.
매일 책을 들고 다닐 수도 없고... 그렇지!! 브런치가 있었다.
안 그래도 그 많은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읽어낼 시간은 늘 부족했다.
몇 명 안 되는 구독자 작가님들이 올린 글을 빠짐없이 읽는 것도 시간이 부족했는데, 잘됐다 싶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가슴 시린 글들을 읽어낼 수 있었다.
어릴 적 휴대폰이 없던 시절에 우리는 기다리는 시간이 생기면 무얼 했던가..
각자 머릿속의 스위치를 켜고 자기만의 시간을 가졌었던 거 같다.
남이 주인공인, 남이 만들어 놓은 영상을 보며 웃고 있는 게 아니라, 나만을 생각하며 내가 주인공인 영상을 머릿속으로 만들어 보고 있었지 싶다.
그곳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들도 가득했고 희망도 넘쳤었던 거 같다.
참 많이도 설레었고, 말도 안 되는 도전이지만 그냥 무조건 들이밀어 보기도 했었던 거 같다.
인스타 속의 그들이 올려놓은 의도된 사진들을 보며 나 자신이 초라해, 조심스럽게 기반을 잡아가며 만들어본 꿈들도 누가 볼까 조용히 혼자 폐기시키며 우울한 하루를 보내지는 않았던 거 같다.
옆도 보면서 달려야 하지만 일단은 내가 가야 할 길 먼저 충분히 가슴 가득 안아야 한다.
유튜브와 인스타를 단지 며칠 끊었을 뿐인데 스크린 타임이 6% 줄었다며 알림이 온다.
기쁘다. 해내고 있다.
보는 거 대신 읽는다. 읽고, 읽고, 또 읽는다.
읽으며 나의 삶을 디자인한다. 길을 만든다. 그 길을 걸어갈 힘을 수많은 작가들에게서 얻는다.
그리고 쓴다.
프란츠 카프카는 오스카폴락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우리가 읽는 책이 머리를 주먹으로 내리쳐 꺠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책을 읽어야 할까?
나의 글이 오늘 오직 한 사람에게만이라도 날아가 말을 걸어주길 바란다.
내 마음속 말을 들어준 그대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