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아침이 오고 서서히 잠이 깬다.
잠은 깼지만 눈은 뜨기가 어렵다.
눈을 뜨지 않고 이불속에서 두둥실 떠오르는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한다.
고양이들이 내가 깬 줄 알까 봐 조금의 움직임도 자제하고 있지만 그들은 안다. 내가 잠이 깼다는 것을..
침대 발치에 있다가 귀신같이 알고 가까이 온다. 그르렁 소리가 점점 커진다. 아침밥을 내놓으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아직 온전한 여름이 아니기 때문에 아침저녁의 기온차가 많이 난다.
기온차가 많이 난다는 뜻은 아침의 이불속이 무지막지하게 달콤하다는 뜻이다.
어렵게 어렵게 나를 일으켜 세수하라고 등을 떠민다.
잠옷을 벗어버리고 옷을 갈아입은 후 부엌으로 가서 고양이들 밥을 준다.
그리고 생각한다. 오늘의 개구리는 무엇인지..
오늘의 개구리는 고지서 정리다.
내야 할 공과금을 정리해서 내고, 개인수표로 페이를 해야 할 곳은 수표를 써서 봉투에 넣어 풀로 봉하고 주소 스티커도 붙이고 우표도 붙이고, 계좌이체도 해야 하고.. 정말 하기 싫은 일이다.
그래.. 개구리 먼저 먹자.
너무 먹기 싫은데.. 개구리 먼저 먹고 나면 남은 하루가 좀 수월할 테니 눈 딱 감고 참고 먹자.
'당신이 제일 하기 싫은 일만 찾아서 해보면 인생이 바뀔 것이다.'라는 말을 어느 책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내가 제일 하기 싫은 일이 바로 '개구리 먹기'라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개구리부터 먹으라고 책에선 독려한다.
먹을 개구리야 뭐 사방에 널렸다. 요가를 가야 하는 것도 개구리고, (얼마나 귀찮은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영어공부도 그렇고, 사다 놓은 지 오래돼서 물러진 파 다발도 다듬어 꺠끗이 씻어 놓아야 하고, 치과에 전화해 검진 예약도 잡아야 하고, 세탁기 건조기에서 미처 못 꺼내 구겨져 있을 빨래더미도 끄집어내어 건조가 끝났을 때 바로 꺼내지 않음을 후회하며 구겨진 빨래더미와 씨름도 해야 한다.
요즘처럼 마음이 산란할 때는 '개구리 먹기'가 더더욱 어렵다.
소파에 널브러져서 넷플렉스나 하루종일 보고 싶은 심정이다.
마음을 달래서 억지로 일으켜 무언가를 하게 하는 게 참 어렵지만,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책을 보고, 일기를 쓰고, 요가도 다녀오고, 집밥도 부지런히 짓는다. 집안에서 걷는 한 걸음 한걸음이 모래주머니를 매단 듯 천근만근이지만... 해본다..
또 어느 책에 선가 (어느 책이었던 가 기억이 잘 안 난다) 누군가는 전쟁이 선포되었다는 라디오 방송을 듣고 약속해 놓은 수영강습을 갔다고 한다.
그 구절을 읽으며 잠시 책을 덮고 생각에 잠겼었던 거 같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작은 일만 생겨도 다 떄려치고 싶은 나는 그의 발뒤꿈치라도 닮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개구리 먼저 먹으려 노력해 본다.
숨을 크게 가다듬고 일에 착수한다.
원래 하기 싫은 일이라는 게 하기 전에 생각만으로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일단 하기 시작하면 어찌어찌하여 끝마치게 되어있다.
정말 귀찮은 그 일들을 끝낼을 때의 그 기분은 나만 알 것이다.
나 자신이 제일 잘 알기 때문에 누가 알아주건 안 알아주건 상관이 없다.
어휴,, 기특하기도 하지.. 이걸 어찌 끝냈노.. 하며
실컷 우쭈쭈 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