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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블루 Jul 24. 2024

10.'책파'의 시간

'책파'의 시간을 가져볼 타이밍이 되었다.

당분간 새책은 사지말자. 나에게는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할 만큼 어려운 일이다.

계절이 바뀔 때 백화점에 상큼한 새 옷이 나오는 것처럼,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고운 색깔의 빳빳한 새 책의 유혹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다. 

못 다 읽은 책들을 읽어내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궁금하다.


나의 책에 대한 습관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일단 새책을 가지게 되면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 아래선반에 갖다 놓는다.

그곳에서 읽고 싶은 책을 꺼내 다 읽으면 그제야 책장으로 옮긴다.

전에는 책을 사면 읽기 전에 모두 책장에 꽂아 두었더니, 도대체 어떤 책이 새로 가져온 책인지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안이 책을 다 읽기 전에는 책장으로 들여보내지 않기로 한 것이었다.

책을 읽은 후 다음에 다시 펼쳐볼 만한 책인지 평생 다시는 안 볼 것 같은 책인지 분류하여 책장에 꽂거나 아니면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갈 책 더미에 얹어 놓거나 하는 것이다.


나는 여러 책을 두고 한꺼번에 읽는 경우가 많다.

소설과 시집과 논픽션 책과 에세이를 한꺼번에 읽는다. 그러다 어느 책 한 권이 반절을 넘어서 마지막으로 달려갈 때는 다른 책들을 일단 멈추고 그 책에 정신을 집중하여 끝을 본다.


요즘 생활에 걱정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커피 테이블에 6권에 책이 놓이게 되고 이걸 펼쳤다 저걸 펼쳤다 하며 어느 책 하나에 집중을 못하고 있는 날이 계속되게 되었다.

생활이 안정이 되어야 책 읽기에도 몰두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아니면 현실생활이 못 견디게 힘이 들어 모든 걸 잊고 싶은 마음이 들 때에도  책 읽기는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유지될 수 있다.(책 속의 세상으로 도망을 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일요일에 날을 잡고 가장 오래 질질 끌고 있던 책의 끝을 보기로 했다.

진도가 반쯤 나가 있었던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자  책의 뒷부분이 금방 얇아지며 오른손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역시 뭐든지 하기 전에 겁이 질리는 법이지, 일단 시작하면 걱정은 금방 날아가고 앞으로 전진하는 나를 보며 더욱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법이다.


내친김에 이번주에 커피테이블 위에 6권의 책의 끝을 보기로 했다.

그리고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 밑에 쌓여 있는 아직 읽지 못한 책들도 한 권씩 시작하기로 했다.

사실은 전화기 노트에 써 놓은 책 목록이 30권에 다다른다. 모두 새로 사서 읽고 싶은 책 들이다.

책을 주문하고 싶어 손이 간질 거린다.

나에게 새 책을 주문하는 일은 어떤 예쁜 옷을 주문할 때 보다 더 즐거우면 즐거웠지 그 보다 못하진 않을 것이다. 그 안에 쓰여있는 내용의 대한 기대와 흥분도 극에 달한다.

이 글을 읽는 우리 브런치 작가들 역시 이 부분에 많이들 공감하실 것이다.

우리 모두는 쓰는 것만큼이나 읽는 거라면 사족을 못쓰는 사람들이니까...


이렇게 즐거워하며 책을 주문해 놓았다가도, 생활에 태클이 걸리는 일이 발생을 하면 어느 순간 책 읽기는 스탑이 되어 버린다. 새 책들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숨을 죽이며 나의 마음이 정돈되어  본인들을 다시 집어들 때만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책장을 파 읽으며 오랫동안 어두운 사이드 테이블 밑에서 책장으로 옮겨가길  간절히 바랐던 새 책들을 어루만져 줄 것이다. 미안한 마음과 함께..

그 책들이 모두 각자의 자리를 찾아 들어가게 되면  개운한 마음으로 새 책을 마음껏 주문할 것이다.

새 책을 주문하는 날 내 마음의 걱정도 사라져 숨 쉬는 것이 좀 편해졌으면 좋겠다.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나는 '책파'를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나는 이 시간을 견디고 싶다.


오늘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데이비드 소로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못 다 읽은 책만을 친구 삼으며...


하루를 자연처럼 유유히 살아보자.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를 하든 거르든 관계없이 마음을 어지럽히지 말고 

조용히 평온하게 지내보자.

친구가 오든 말든 초인종이 울리든 말든 애들이 울든 말든

하루종일 즐겁게 보내기로 결심하자 (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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