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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은비 Aug 27. 2023

엄마라는 존재

보미오면




° 엄마라는 존재


엄마, 아빠가 이혼 후 친모시골로 찾아온 적이 있다.

와서할머니 앞에서 보미를 달라 빌고 빌었다. 화내는 할머니 앞에서 얼마나 울고 빌었는지... 어린 보미는 그 상황을 보면서 그저 '나를 저렇게나 데려가고 싶은가?' 생각했다.


"어머님~ 제가 잘 키울 수 있어요~ 보미, 제발 제가 데려가게 해 주세요~"

"아니면 며칠이라도 데리고 있을게요~"

할머니 앞에서 울며 비는 엄마에게 정이 크지 않았다. 그저 타인을 구경하듯 보았다. 얼마나 빌었는지 할머니의 허락하에 엄마와 며칠이 주어졌다.


어디인지 모르지만 배를 타고 갔었고, 엄마와 닮은 이모가 데리러 왔다.  신기한 바닷가...  마와 닮은 이모...  모든 것이 낯설었던 그날... 엄마 연애를 하던 남자 있었다. 원룸 같은 곳에서 먹고 잤는데 보미는 문 앞에 누인 채 낯선 남자와 엄마는 반대쪽 TV 앞에 잤다. 엄마는 예쁘게 꾸밀 줄 아는 사람이었고 젊은 사람이었다. 아마 아빠와 여덟 살 차이가 났으니 이십 대 초반이었을 것이다.

젖을 먹기에는 큰 보미에게 젖을 물리며 울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지만 친모는 어린 보미 앞에서 담배 피웠고, 남자가 우선인 여자의 삶이 중했던 모양이다. 미안했으면 마지막까지 실망시키지는 말았어야지.

후에 할머니 집으로 돌아온 보미는 절대로 친모에게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것이 보미가 가진 친모의 마지막 기억이다.


십 대 때는 소설 속 흔한 이야기처럼 부자가 되어 찾으러 올 거라는 헛된 기대가 있었다. 소설 속 흔히 나오 이야기가 나에게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정말 헛된 기대였다는 것을 알고 지워버린 존재가 되었다.


그날 배를 타면서 기억났던  아빠와 친모가 살던 곳도 바닷가였고, 화장대에 앉아 앞머리에 볼륨을 주며 화장을 하 자을 꾸미던 친모의  습이다. 그리고 동네의 또래 친구와 해산물도 구경하며 다니던 것.  아빠와 엄마가 싸우던 모습도 말이다. 아주 어렸을 보미를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매일을 싸웠다. 어린 보미 기억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겠지만 안타깝게도 보미는 기억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보미 마음을 알기나 했을까? 이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것 아마 어린 보미에게 충격적인 일이었나 보다.


지금까지 아빠에게 친모의 이야기를 물어보지는 않았다. 보미가 알고 있다는 사실도 모를 것이다. 너무 선명하게 기억되어 누구에게도 꺼내지 않은 상처이다.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아빠가 했던 친모의 이야기는 아주 어린 보미를 엄청 학대했다는 것. 아마 이십 대 초반, 임신 9개월에 결혼한 자신의 인생이 보미 때문에 꼬였다는 미움이 섞여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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