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숨은비 Aug 28. 2023

고아원으로 간 보미

보미오면



한국 나이로 5살.


할머니와 큰고모, 아빠 같이 사진으로만 보던 남동생을 만나러 갔다. 보미는 동생을 제대로 본 적도 없었지만 항상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항상 동생의 이름을 넣어 노래를 부르며 다녔다.


"텔레비전에 우진이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우진이 보고 싶다며 매일 노래하는 보미를 보고 동네 어르신들은 ‘본 적도 없는데 저렇게보고 플까~’ 하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챙겨야 할 동생이 있다는 사실이 어린 나이에도 좋았나 보다.




° 보육원으로 간 보미


다섯 살이던 해, 12월 30일.


말로만 듣던 남동생을 본다고 얼마나 설레었던지 모른다. 사진으로 보았지만 예쁜 내 동생을 실제로 본다는 것이 좋았나 보다.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자동창문을 통해 비치는 모습을 자꾸 단장했다. 진짜로 만지고 볼 수 있다니... 너무 설레었다.



"보미야~ 우리 우진이 보러 가자~ "


큰고모 차를 타고 조금 달려서 아파트가 있는 동네에 도착했다. 산과 들 그리고 밭만 보다가 아파트를 보니 신기했다. 고작 오 층짜리 아파트였지만 건물들이 보이니 도시로 나온 느낌이었다. 바로 앞엔 슈퍼마켓, 은행, 우체국은 물론이고 중, 고등학교 밑이라고 문구사, 분식집도 두 개씩이나 있었다.

못 보던걸 마주하니 어린 마음 엄청 도심 같았지만 사실 그곳 역시 도심은 아니었다.



인생 처음으로 남동생을 마주한 소감은 그저 너무 예뻤고 소중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가족이 있구나!’라는 감정이 들었다.


"우진아~ 내가 누나야~ 누.나 해봐"


말을 제대로 못 하던 세 살 아기에게 보미가 누나라고 각인시키고 싶었나 보다. 돌도 되기 전에 보육원에 와서 아마 곳이 터전 같겠지. 다행히 모난 구석 없이 해맑아 보여 안심이 되었다.



영육아원.

이곳은 시설도 너무 좋았고 없는 게 없어 보였다. 갓난아기들이 있는 영아원부터 교회, 식당, 강당, 체육실, 목욕탕, 놀이터 등등 부속시설이 많았다. 그리고 크고 웅장한 건물들이 멋있어 보였다. 사실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어릴 땐 그렇게도 커 보일 수가 없었다.



안에 있는 한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나음 본 알록달록한  많은 장난감이 있었다. 신기해서 어색한 손로 이것저것 만져보았다. 형형색색 너무 예쁘고 신기했다.



장난감에 한참 정신 팔려있었는데, 문득 느낌이 이상해서 돌아보았다. 바로 뒤에서 장난감을 만지는 보미를 지켜보던 할머니, 고모, 아빠가 없었다.


쿵ㅡ

심장이 떨어졌다.


'할머니...!!!!! 아빠...!!!!!'



너무 놀라서 바로 달려 나갔다. 빠른 달리기로 뛰어 나갔지만 고모의 자동차는 보육원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나 데꼬 가야지!!! 혼자 여따 두고 가모 우짜나!!!!!!!"




정말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소리 지르며 따라 뛰었다. 하지만 당연히 차의 속도는 잡을 수 없었고 달리다가 넘어지며 본능적으로 헤어짐을 직감했다.



 넘어진 채로 엎드려서 엉엉 울며 '이제 할머니, 아빠와 헤어지는구나... 이제 나도 이곳에 있구나 ' 깨달았다.



다섯 살의 어린 꼬마 보미에게는 이렇게 버리고 갔다는 기억이 남아버렸다. 엎어진 채로 얼마나 울었는지... 어른들이 와서 일으킬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이 처음으로 남동생을 만나러 갔다가 고아원 입소하던 날이다. 정말 우진이를 만난다는 기쁨에 행복하기만 했던 보미는 갑자기 상상도 못 한 현실에 충격이었다.




어른들은 계획일이겠지만 어린 보미에게는 갑작스러운 이별이었기에 청천벽력 같은 날이었다. 다섯 살의 어린 꼬마가 동생까지 생각할 여유 없었다.


'아빠가 나를 두고 가다니... 할머니가 나를 두고 가다니... '







이전 02화 엄마라는 존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