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에서 물갈이와 컨디션 난조로 일주일 동안 휴식을 취한 우리는 서둘러 다음 여행지로 떠나기로 했다. 인도에 오면 꼭 봐야 한다는 세계문화유산 타지마할을 보러 가기로 했다. 어린 시절 사회 책에서 타지마할을 봤을 때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실제로 볼 수 있다니 신기했다.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까지는 델리에서 기차를 타고 3시간 정도 이동을 해야 한다. 좌석이 있는 칸 중 가장 낮은 등급인 2S 칸에 몸을 실었다. 유명 유튜버들로 인해 인도 기차는 정해진 자리 없이 아무나 와서 탄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편견이 있지만 우리가 경험한 인도 기차는 질서 정연했다. 도착 시간도 딱 맞춰서 왔기 때문에 일정에 문제없이 아그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아그라에 도착한 우리는 바로 타지마할을 보러 가려했으나 일출 시간에 맞춰 보는 것이 더 좋다는 게스트 하우스 직원의 말을 듣고 바로 계획을 바꿨다. 우리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한국 분들을 만났는데 다음 날 새벽 함께 타지마할에 가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로 했다.
다음날 새벽, 우리는 타지마할을 보러 갔다. 세계적인 관광지이다 보니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유명 포토존은 빠르게 사진을 찍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연주에게 최대한 빨리 자리를 잡으라고 재촉했다. 나의 재촉을 참지 못한 연주는 내게 그냥 찍지 말라고 소리쳤고 우리는 사진 대신 서로 상처만 남긴 채 타지마할 관광을 시작했다.
우리는 말 한마디 없이 타지마할을 관람했다. 옆에 계신 한국 분들은 어색함을 감지했는지 따로 관람하겠다고 하셨다. 우리는 그렇게 말없이 1시간 동안 돌아다니다가 벤치에 앉았다. 연주가 먼저 내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나도 뒤늦게 사과를 했다. 우리는 여기까지 왔는데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으면 아쉽지 않겠냐며 서로 화해의 사진을 찍자고 했다. 하지만 서로의 기분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은 상태라 웃는 표정 대신 뚱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타지마할 관광이 끝나고 숙소에 돌아와서도 첫 다툼의 어색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화해의 선물이라도 주고 싶어서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얼마 안 되는 거리에 시장이 있었다. 거기에는 꽃목걸이를 팔고 있었는데 화해의 선물로는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스민 향이 가득한 꽃목걸이를 연주에게 선물하고 나니 첫 다툼의 어색함이 사라졌다.
타지마할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지은 무덤이라고 했다. 사랑하면서 싸우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서로 화해하고 이해하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는 타지마할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