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권 Mar 13. 2024

나만 힘들다는 착각

착각이라는 망령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운동을 했었다. 그 나이 때 아들이 흔히 했던 태권도를 하긴 했지만, 훈련의 강도가 상당히 높았다. 겨루기 대회를 나가기 위해 주 7회 운동을 했고, 계체량 때문에 식단 조절까지 했다. 심지어 계체량 직전에는 24시간 동안 물만 섭취했고, 당일에는 한여름에  물도 마시지 못한 상태로 패딩을 입고 땡볕에서 달린 적도 있었다. 그렇게 힘들 때마다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 함께 뛰어 주었던 같은 체육관 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형은 내게 이런 말을 계속 되뇌었다.


"조금만 더 하자, 너만 힘든 거 아니야. 주변을 둘러봐."


    그 경험 때문일까 나는 항상 '나만 힘들어'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 세상에는 나보다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즐비하고, 나의 힘듦보다 훨씬 거대한 것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성인들이 많다는 것을 적확하게 인지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종종 찾아오는 착각의 망령에 실수를 하곤 하지만, 다시금 마음을 다 잡으려고 생각을 달리 한다.


    내 인생만 처참하다는 오판은 결국 우울을 불러오고, 그 우울을 화를 자아낸다. 그 분노는 어느새 화마로 진화되어 남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일생을 살아가게 만든다. 그렇게 살아간다면 양손에는 커다란 증오만이 남게 되고, 주변에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된다.


    그 열광에 사로잡힌 사람은 자신의 화만 풀 수 있다면 타자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다. 오직 자신만 남는 것이다. 그것을 개인주의라고 착각하는데 완전히 틀린 생각이다. 남에게 지대한 피해를 주며 개인을 지키는 것을 우리는 이기주의라고 부른다. 그 행태에 충동과 폭력이 가미되고, 부정적인 것들이 섞이는 순간 범죄자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덮어씌우고, 타인의 물건을 탐하고, 타자의 연인을 빼앗는 것은 모두 결핍에서 나온다. 그 결핍의 주요 원인은 결국 시기와 질투고, 이 악의적인 감정은 화마에서 기인한다. 화마는 분노가 쌓여서 나타난 죄악이고, 분노는 결국 '나만'이라는 착각에서 시작된다.


    분노의 열광에 휩싸이지 않고, 착각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단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무한 이기주의를 배제하는 것이다. 아주 넓게 볼 필요도 없다. 당장 바로 옆에 있는 사람보다 내가 더 한다는 착각을 떨치면 된다. 계속 생각이 밀려온다 해도 의식적을 떨쳐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러한 부정들은 말 그대로 착각이기 때문에 의식을 강화하면 언젠가는 사라질 환영일 뿐이다.





이전 08화 진정한 경험이란 무엇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