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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퇴근 육아 출근 12년

육아휴직이라는 도전

by 제미쓴 일단 해봐

2013년, 2016년생 두 아이의 탄생은 가장 큰 축복이다.

우리 부부는 어떤 도움도 없이 둘만의 힘으로 맞벌이 육아를 해왔다.

부모가 된 것이 처음이라 모든 것이 서툴렀지만

그래도 첫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서로 다짐한 것이 있다.


첫째, 우리 아이를 사랑받은 티가 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둘째, 아이는 우리가 신에게서 받은 소중한 선물이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돌려드려야 한다. 우리 것이 아니다.


첫 번째 다짐은

아이를 아주 많이 사랑해 주되, 아이가 사랑받고 있음을 스스로 알게 되기를 원했다.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스스로를 사랑하게 될 것이고, 감추고 싶어도 사랑받은 티가 날 것이다.


두 번째 다짐은

부모가 아이를 낳고 기르지만, 아이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인격체라는 사실을

우리가 잊지 않기를 원했다.

부모의 책무는 아이를 성인이 되기까지 길러내는 것이고, 그 후에는 아이가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니까 말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일은 살면서 겪어본 어떤 일보다 힘들고 지치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행복이라는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모든 순간이 감동이고, 돌아보면 벅찬 눈물이 나는 일이기도 했다.


도움 없이 오로지 둘 만의 힘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맞벌이 부모로서

아이들의 삶에 가장 중요한 순간을

충분히 함께해주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닌지 걱정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둘째 아이는 겉보기와는 달리 잔병치레가 잦아서

만 3세까지 무려 4번이나 대학병원에 입원을 하기도 하였다.

가와사키 병, RSV 바이러스, 천식 등 병명도 가볍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처럼 10시에 등원, 4시에 하원하는 일상을 보내게 해주고 싶기도 하고

손이 많이 가는 시기에 아빠와 함께 있으면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이들이 만 6세, 만 3세가 되던 해

육아휴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육아휴직 1년 반은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아이들 등하원과 요리, 집안일을 하며 아이들을 돌보고

남는 시간을 활용하여 매일매일 운동을 했다.

틈틈이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못 보던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언제든 짧은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했다.


특히 아이들과 평일 낮 다채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동네 놀이터로, 공원으로, 이마트로, 도서관과 구청의 공공 공간으로

어디든지 뛰어다니며 놀 수 있었다.


나 역시 직장생활 12년 만에 처음으로

오랜 시간 회사와 떨어져 지내보면서

회사에서 겪었던 고된 상황들이 바깥의 시선으로는 별 것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돌아보니 나는 직장인으로서의 나에게 너무 몰입해 있었다.



육아휴직은

나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아내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내와 함께 육아를 한다고는 했지만

입장을 바꿔서 생활해 보니

그동안의 나는 주도적이기보다 '도와주는' 관점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 역시 아빠와의 시간이 많아지는 것을 좋아했고

매일 집밥을 해주자 점점 더 저녁밥을 잘 먹게 되었다.

아이들은 대체로 항상 밝고, 즐거운 톤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나 자신이었다.

직장인으로서의 내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아빠로서 충실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직장에 비해 몇 배, 몇 십배 뿌듯하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나 자신으로서의 내가 있었음을

직장인이 아닌 다른 정체성을 가진 나의 모습이 있음을 오랜만에 깨닫게 되었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어서 살고 싶다.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단 한 번뿐인 삶을

후회 없이 살아보고 싶다.


지금과는 다르게 살고 싶다.



복직이 가까워올수록 1년 반의 휴직이 주어졌음에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시간을 놓아주기가 너무나 아쉬웠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다시 이러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


5년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삶을 변화하여 5년 내에 내가 원하는 삶으로 살아가기.

목표를 세우자 할 일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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