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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쓴 일단 해봐 Jan 12. 2022

권리금 = 내고 들어왔는데 나갈때는 못받는 것

직장인 투잡 실패기 : 몇 달사이에 똥값이 되었다

고시원 창업으로 4개월 동안 4천만원의 손해를 보았습니다.
피눈물 나는 실패 경험이지만, 소중한 자산으로 남기기 위해 지난 시간을 복기합니다.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나 스스로, 가족들에게 면목이 없었다.

이왕 시작한 일을 멋지게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은 당연했다.

하지만 점점 자신감은 떨어졌고, 부족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고시원을 매수한 부동산에 전화를 했다.

매수한지 몇 달만에 매도라니.

부동산 실장님에게도 부끄럽기만 했다.

매매 가격은 사업장 보증금 + 권리금 으로 이루어진다.

1억 6천만원 정도에 시작한 일인데,

그 동안 도배에 간판, 대청소, 물품구입 등등 추가투자금이 1천 정도 되었다.


힘들어서 그만두기는 하지만 비용을 쓰고 사업장을 개선한만큼의 노력은 보상받고 싶었다.

도배에, 모든 방의 침구류, 간판, 청소상태, 고쳐놓은 에어컨과 보일러까지..

1억 8천만원에 내놓았다.


하지만 2주일이 넘도록 보러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조급해졌고, 다시 1억 6천만원에 내놓았지만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는 동안에도 매일 고시원에 가고, 청소와 분리수거를 하고, 고시원 마케팅을 하고, 입실 문의가 오면 뛰어나가 방 안내를 했다.


애증의 고시원 홍보 사이트들, 이제 안녕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연락이 없을까?
 ->  매수자가 안 붙기 때문이다.
왜 매수자가 안 붙을까?
 -> 부동산이 브리핑을 안 했기 때문이다.
왜 브리핑을 안할까?
 ->  팔릴만한 금액이 아니기 때문이구나!


적자가 나고 있는 사업장을 누가 사러 오겠는가.

적자가 나더라도 사고 싶으려면? 정말 저렴해야한다.

매수자는 여기가 적자인걸 알면서도 되살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그럴 용기와 의지가 있을 때 매수를 할 것이다.

그 용기와 의지를 샘솟게할만한 낮은 가격이어야 팔릴 것이다.


부동산마다 전화를 돌려보았다.

솔직하게 얼마정도면 브리핑을 하시겠냐고 물었다.

부동산은 보통 매수자에게는 시세를 비싸게 부르고, 매도자에게는 시세를 싸게 부른다.

매수자는 싸게 사려고 하고, 매도자는 비싸게 받으려고 할테니까 말이다.


어쨌든 감안하고 물었다.

대부분의 부동산들이 내게 제시한 금액은

내가 희망하는 가격보다 5천만원에서 7천만원이 낮았다.!


아... 큰일났다. 길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싶었다. 진심으로.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지만

나갈 때는 아니었다.


권리금은 무형의 자산이다.

정해진 가격이 없다.

매수자와 매도자,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느냐에 따라서 금액이 달라진다.

1억 6천에 산 물건인데 몇 달만에 1억 1천을 부른다.

내가 인수했을 때에도 손익분기가 될까말까한 곳이었고,

그 몇 달동안 온갖 노력을 기울여 개선해놓았는데도 말이다.


부동산처럼, 1억 6천에 샀으니 1억 6천에 팔 수 있을줄 알았다.

몰라도 한참 몰랐다.

자영업자분들이 "권리금 회수하려고 버틴다"는게 무슨 뜻인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도대체 고시원과 함께 새로 알게 되는게 왜 이렇게 많은지..

앞으로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게 제일 답답했다.

그동안 꼬박꼬박 월급받아서 편하게 살아온

세상 물정 모르는 동네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어떻게 하면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팔 수 있을까?

제발 누군가 도와주기를 기도했지만, 해결할 사람은 나뿐이다.


심지어.. 문제는 따로 있었다.

매도를 위해 부동산들에 마구 전화를 돌린 그 행동이

곧이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

이 때는 알지 못했다.


[복기]

적자가 나면서 권리금이 폭락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매수할 때에 훨씬 더 저렴하게 샀어야 했다.

살면서 한 번도, 누군가 내 물건 값을 후려치는 경험을 당해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 빠르게 무너졌다.


부동산들이 낮게 부른 금액은 정해진 가격이 아닌데도,

위축되어 있었고,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기 때문에 객관적인 가격처럼 받아들이는 실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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