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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쓴 일단 해봐 Jan 11. 2022

돈 날렸다고 처져있으면 뭐하나

직장인 투잡 실패기 : 그런다고 밥이 나오냐 장점 찾아서 힘 내보자

고시원 창업으로 4개월 동안 4천만원의 손해를 보았습니다.
피눈물 나는 실패 경험이지만, 소중한 자산으로 남기기 위해 지난 시간을 복기합니다.


[즐거웠던 일들]

고시원과 함께 했던 시간이 꼭 그렇게 힘들고, 불안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손해 보았다고 축 처져있으면 뭣할 것인가

그 와중에 얻은 것이 있을 것이다.(라고 믿는다)

이제 한 달이 넘게 지나서 점점 멘탈을 회복하고 있으니

좋았던 기억도 떠올려보는게 좋겠다.


1. 고시원에 놀러 온 아이들

주말에도 어쩔 수 없이 고시원 일을 해야 했는데

9살 6살 두 아이는 아빠가 나간다고 하면 따라서 나가고 싶어 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토요일이면 온 가족이 고시원에 방문하고는 했다.

나와 아내가 청소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빈 방과 복도를 오가며 놀았다.

물론 고시원에 사는 분들은 아이들이 오가는 소리를 싫어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공실이 몰려있는(?) 쪽에서 조용히 다니도록 했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고시원에 놀러 가는 걸 좋아했다.

아빠가 큰 건물의 주인이 되어 손님들이 우리 집에 놀러 온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덕분에 건물주 놀이를 했네..

2~3시간 정도의 고시원 방문을 마치면, 근처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일하고 먹는 점심은 꿀맛이었고 토요일마다 가족 외식이 생겼다^^


2. 아빠의 노력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것도 좋았지만,

아빠가 가족을 위해 직장 외에도 다양한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돈 버는 일이 한 가지일 필요는 없으며, 직업은 어느 것이든 소중하다는 사실을

꼭 알려주고 싶었다.

청소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고시원을 가꾸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지켜본 아이들은

언젠가 다른 곳에서 청소 일을 하는 누군가를 만날 때

엄마 아빠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3. 특별히 부지런한 나의 모습

매일 점심시간이 되면 자전거를 타고 고시원으로 향했다.

분리수거라도 해놓고 와야 마음이 편했다.

그렇게 점심시간을 활용하니 일분일초가 소중했다.

퇴근 후에도 고시원에 들러서 그날의 일을 처리했다.

항상 바쁘게 몸을 움직이니 쉴 틈이 없었다. 부지런한 스스로가 너무나 대견했다.

혼자 특별한 세계에 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내가 이렇게 부지런한 적이 있었나..


4. 의외의 따뜻한 모습들

고시원 입실자 분들 중에 유난히 자주 마주치는 분들이 있다.

소중한 고객이기도 한데,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경우가 많았다.

어떤 분은 '어려운 시기에 우리 고시원을 인수해주어서 고맙다'고 하시며

'조만간 잘 될거다', '꼭 좋은 결과 있을거다', '방이 곧 꽉 찰거다' 등

힘이 나는 말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었다.

가끔 마주쳐서 나름의 이야기를 들어드리면 너무나 좋아하셨다.

아무도 모르게 공용공간을 청소하거나, 가지고 있는 물건을 얼굴도 모르는

다른 방 입실자들과 나누는 분도 있었다.

사람 사는 모습이 이곳에도 있었다.


5. 체중 관리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아도 살이 쭉쭉 빠지고

아무리 먹고 싶은 것을 먹어도 몸무게가 늘지 않았다.

굳이 따지면 장점이 아니겠는가!!


6. 그리고 겸손함

자영업을 한다는 것, 다른 사람의 돈을 나에게 소비하게 만든다는 것,

그만큼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돈 버는 행위는 정말로 숭고하다는 것..

사장이 되어 내 사업을 창업하고 굴려보면서 깨달은 교훈이 많다.

그 중 하나는 돈 앞에서 솔직한 겸손함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받아온 교육은 돈을 멀리하고 짐짓 무관심한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속마음은 돈을 벌고 싶고, 소망한다.

그 이중성 안의 어딘가에 우리는, 아니 나는 고뇌해왔다.

고시원은 내게 돈을 벌고 싶은 솔직한 마음을 마주하게 해 주었고,

결코 쉽게 내 것이 되지 않기에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가르침도 선물해주었다.


[복기]

투잡 도전, 결과는 실패

하지만 도전했던 과정은 경험으로 남았다.

돈은 잃었지만 내가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언젠가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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