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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지 May 31. 2024

그림검사

미술심리에 대하여


예전에 미술심리상담을 공부한 적이 있다.

그림을 통해 상대방의 성격이나 현재 상황, 문제점 등을 알아보는 건데 다양한 심리검사 중에서도 그림을 통한 검사는 꽤 정확도가 높아 흥미롭게 배운 기억이 있다.


미술심리에서 인물의 모습은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나의 또 다른 자아상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자아성찰을 하는 과정과 맞물려있다. 나의 무의식 속 이미지가 표현되고 표현된 이미지는 현재 나의 심리상태를 대변하여 준다.


그 당시 그릴 땐 잘 못 느꼈는데 이 글을 쓰고 정리하면서 보니 나의 그림 속 인물들의 변화가 느껴진다.


우울의 한 가운데에 있었을 때 그렸던 그림.인물의 모습이 한없이 나약하고 표정이 없다.
동물에 본인을 투사해 그렸으며 날카롭게 발톱을 드러낸 모습을 통해 적개심과 분노가 드러난다.
이중적인 성격의 인물모습.커다란 눈망울은 두려움을 나타낸다
머리에 무언가를 올린건 현실적 어려움과 골치아픔을, 눈을 감은 모습은 현실에 대한 외면을 나타낸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절망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땐 인물의 모습이 표정이 없거나 고개를 숙이거나 뒷모습이거나 했다.
이후의 그림에선 점점 사회 속으로 나아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세상에 대한 분노와 공격성, 과장하듯 눈을 크게 그리거나 눈을 감은 모습을 보면 여전히 자신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온전히 나를 바로 잡고 회복되기까지 여러 해가 걸린 듯하다. 원래도 소극적인 편인데 몇 년은 거의 죽어지냈다. 그래도 내겐 나의 감정을 표현할 수단이 있었고, 가늘게 잡고 있던 종교생활도 큰 위로가 되어 주었다.


방향성을 잡아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한 최근엔 사람을 거의 그리지 않는다.
사람과의 관계자체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나름의 의지라는 제멋대로 해석을 해보며 위안을 삼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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