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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지 May 17. 2024

새로운 발걸음

다시 시작이야


아이들 미술수업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언니들과 벌렸던 여러 종류의 일들은 모두 실패로 끝났고 너덜너덜해진 자존감을 겨우 붙잡으며 다시 아이들 곁으로 돌아왔다.

내가 가장 잘하고 오래 했던 일인데 너무 쉽게 던지고 나갔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원점이다.


아이들 수업은 쉽지 않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만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얻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내향형인 나는 어른들을 많이 만나면 곧잘 몸살이 나곤 한다. 아주 기가 쭉 빨린다.

반면 아이들 수업은 당장은 힘이 드나 끝나고 나면 많은 에너지를 받았음이 느껴진다.

그들의 순수함이 나를 웃게 한다.
그런 부분이 지금까지도 내가 수업을 놓지 못하는 이유이자 다시 미술수업을 시작한 이유다.

우울했마음과 생활이 조금씩 안정되어 가면서 그림에 대한 욕구는 더 진지해졌고, 다양하게 연습해보고 싶은 마음에 이런저런 재료들을 써가며 탐구해 가기 시작했다.



다양한 스타일의 그림들을 그리다 보면 내가 어떤 소재로 그릴 때 가장 기쁜지 어떤 채색재료로 표현할 때 제일 재밌어하는지 알게 된다.


기본적으로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그리든 생각대로 표현되면 다 즐겁지만 특히 난 자연물을 표현할 때 더 기쁨과 자유를 느끼는 것 같다. 도시적인 건축물이나 반듯한 느낌보다는 분위기를 좀 더 살리거나 정해진 형태가 없는 그림, 그렇다고 추상화는 아니지만 구상과 추상의 중간정도랄까.


위의 그림들은 나름 열심히 고민하며 다양한 시도 속에 나온 작품들이다. 머리에 떠오르거나 인상에 남는 장면들을 그리고 싶은 대로, 

표현하고 싶은 대로 끄적여가며 그리기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부터 N사의 '**폴리오'에 그림을 올리기 시작했다.


스타일도 다르고 재료도 뒤죽박죽이지만 내공을 하나씩 쌓아 올리고 있다는 생각에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나중에 부끄러워 없애버린 그림들도 많지만 모두 나의 그림 여정 속 발자취이다.


나의 가라앉은 마음이 순간순간 올라올 때면 더욱더 그리기에 매달렸고 그림은 내게 좋은 진통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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