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차 속초 중앙점
KT 통신사 멤버십 혜택 중에 ‘달달혜택’이라는 것이 있다. 매달 중순 즈음 할인되는 곳이 공개되는데, 이번 달엔 ‘공차’도 포함되어 있었다. 같은 메뉴로 2잔을 주문하면 반값이다.(이벤트 페이지에서 행사 진행 매장 확인해야 함) 가야지 그럼!
속초에 ‘공차’ 매장은 2곳인데, 할인행사는 시장 쪽 매장에서 한다고 해서 들렀다. 신한은행 맞은편 황소동상 앞이다.
할인되는 메뉴는 6가지로 정해져 있었다. 기본 블랙밀크티에 버블이 추가된 것을 먹을까 하다가, 날이 더워 진한 초코 스무디를 시켰다. 공차에 원래 스무디도 팔았던가?
2025년. 현재의 속초엔 KFC, 버거킹, 서브웨이, 콩카페, 뵈르뵈르 같은 별의별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들어와 있다. 한 10년 정도 전만 하더라도 남의 떡 같은 곳들이었지만. 공차도 마찬가지여서, 서울에 갈 때면 한 번은 들러 패킹된 윗면에 빨대를 푹 꽂아주는 버블티 한잔을 사 먹곤 했다.
공차 올립니다
이런 멘트를 들으며 건네받았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최근엔 들은 기억이 없다.
공차는 대만에서 시작된 브랜드다. 홍차에 우유를 섞은 밀크티(중국어로 ‘나이차’)에 타피오카로 만든 쫄깃한 펄(중국어로 ‘쩐쭈’)을 넣어 먹는 버블티가 대표 메뉴다. 버블티는 무더운 여름 중국, 대만에서 흔하게 먹는 길거리 음료다. 중국어로는 ‘쩐쭈 나이차’, 줄여서 ‘쩐나이’라고도 부른다.
버블티는 대만 영화에도 종종 등장하는 소재다. 2016년에 개봉한 영화 <나의 소녀시대>를 보면, 주인공 린전신이 쉬타이위를 비롯한 친구들과 카페에서 시험공부를 하는 장면에서 먹고 있는 음료다. 또 영화 <터치 오브 라이트>에서는 여주인공이 ‘코코’라는 버블티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코코는 서울에도 진출한 실제 존재하는 브랜드다.
맥도널드 형제가 패스트푸드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기업으로 키워낸 건 레이 크록이었던 것처럼, 공차도 대만에서 시작되어 매각절차를 거치며 지금의 규모로 성장했다고 한다. 벽에 걸린 세계지도를 자세히 보니, 전 세계의 공차 매장이 있는 곳을 표시해 두었는데, 미국, 유럽, 호주에도 매장이 있다.
<공차 속초 중앙점>은 중앙시장에서 아바이마을로 가는 길목에 있다. 그래서인지 언제 가도 한 팀 정도는 외국인 손님이 있다. 오늘은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손님이 포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가면서 매장 앞에서 음료를 들고 인증샷을 찍길래 보니, 공차 모델인 아이돌가수와 사진을 찍은 거였다.
“공차 올립니다”라는 멘트를 덧붙이던 때와 지금은 다르다. ’대만에서 온 밀크티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좀 더 대중적인 카페에 가까운 이미지가 된 것 같다. 케이팝 아이돌을 모델로 기용해, 여행길에 외국인 팬들이 찾아오게도 하면서.
공차라는 브랜드는 지난 20년 동안 이렇게 바뀌었지만, 어쩐지 여기 속초 중앙점은 20년 전 그때로 자꾸만 나를 데려갔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 노래들 때문이다.
프리스타일의 ‘와이’가 끝나고,‘보이지 않아 아직도’라며 애절하게 호소하는 거미언니. 다음은 김범수의 발라드. 나얼의 ‘귀로’가 나올 때쯤엔 어느 틈에 사람이 많아진 매장 안에서 누군가가 허밍으로 따라 부르고 있었다.
쨍쨍한 여름날.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공차 매장 안에서 초코스무디를 먹는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노래들을 듣고 있자니, 용가리치킨이나 시내 노래방의 어두컴컴한 실내, '성태야 구성태~~!!‘하며 외치던 드라마 속 전도연 언니의 목소리도 떠올랐다.
빈 잔을 반납하고 나서는 길.
문 밖 공기가 들어올 때보다 따듯하게 느껴진다. 등 뒤로 ‘기다릴게 나 언제라도 저 하늘이 날 부를 때~’라는 노랫말이 따라 나왔다. 2006년, 대만 가오슝에서 누군가는 밀크티 브랜드를 시작했고, 나는 이 노래들을 공기처럼 마시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이 거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