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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 미 Jun 27. 2019

조금 불편해도 괜찮을거야

삶의 균형을 위하여



나이 서른여섯, 스스로는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라 칭하고 남들에게선 안정적이고 가진 것이 많은 사람으로 보이는 아이러니한 삶을 살고 있다.

나는 그 삶의 간격을 좁히고 싶다. 무엇보다 나는 무엇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사람들은 나에게 무엇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하는지 알고 싶다. 이유인 즉, 이제야 나를 좀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뒤늦은 용기 때문이다.

시력이 좋지 않아 안경을 쓰는 나는 화장품을 바를 때 안경을 벗을 수밖에 없는데 거울에 비친 나는 형태만 있을 뿐 흐릿하게 보인다. 어차피 내 얼굴이니 볼, 이마, 코 정도의 위치는 형태만으로도 알 수 있어 화장품을 바르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안경을 쓰고 다시 거울을 보면 어떤 곳은 넉넉히 발려 있고 어떤 곳은 모자라게 발려 있으며 주름, 기미, 잡티까지 훤히 보인다. 당장 안경을 벗어버리고 싶지만 다시 꼼꼼히 펴서 화장품을 발라 준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쩌면 평생 안경을 벗은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을까. 안경을 벗은 채로 화장품을 발라 어떤 곳은 덕지덕지 묻어 있고 어떤 부분은 손도 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감각에 의존한다는 것이 이렇다. 안경을 쓴 채로 화장품을 바르면 되는 일인데 그 불편함 때문에 벗어버려 벌어진 일이다.

조금의 불편함. 사실 나를 들여다보는 일은 조금의 불편함 그 이상이 될 것을 직감한다. 이미 화장품이 불균형하게 발려져 있듯이 나란 사람이 굉장히 불균형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영역은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불균형한 것부터 쳐다보기로 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가장 불편한 부분을 차분히 정리하면 나머지는 쉽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에서다.
나란 사람의 존재가 나 스스로 온전히 생긴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쉽게 놓치고 지나간 '관계'부터 뜯어보고자 한다. 나란 사람의 불균형으로 인해 많은 부분 틀어져 있는 것 중 가장 아픈 부분이 '관계' 더라. 관계를 대하는 태도, 관계를 만들어 가는 방식 등등.
 때문에 나는 살면서 받은 도움과 관계들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생각보다 많은 도움 속에 살고 있고 때로는 나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며 관계를 맺고 있다. ‘도와준다’는 것이 때로는 다른 말이나 행동으로 둔갑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그와 나의 관계를 비롯한 상대의 상황과 상태에 따라 다르더라. 그래서 누구나 ‘관계’를 고민하고 어려워할 수밖에 없다.  

사람은 누구나 완전하지 못하고,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미덕이 있다.  점점 더 많은 기계와 편리함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인간미라는 단어가 더욱 부각되는 것은 그것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본다. 나도 인간미가 철철 넘치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지를 되묻는다. 한계가 있다는 것,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은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당분간 나는 그동안 내가 겪어 온 상황, 사건들을 통해 조금 불편하고 서툰 글쓰기를 시작한다.
마칠 수 있을지 모르는 글쓰기를 통해 나는 내 얼굴의 잡티마저 사랑할 수 있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길 바라면서  2019년 뜨거운 여름을 보낼 준비를 한다.







“언제든 다양한 댓글을 통해 저를 일깨워 주신다면 사람 하나 구제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림, 사진 없습니다. 글로만 합니다. 연재는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업데이트합니다.
전부 저란 사람의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때로는 아닐 거고, 때로는 나도.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을 버선발로 뛰쳐나가, 아니죠. 맨발로 뛰쳐나가 반깁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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