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획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다.
그 충격적인 말을 듣고 괜찮은 척하면서 일을 했지만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있었다.
9월 말이었을 무렵, 나는 회사의 10월 콘텐츠 기획안을 짜고 있었고 빨리 끝내서 발표를 해야 하는 압박감에 빠져 있었다. 10월 이벤트 하면 생각나는 게 뻔하긴 하지만, 10월 3일의 개천절과 10월 9일의 한글날, 그리고 10월 10일의 임산부의 날 정도가 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뻔한 기획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대표님의 당부가 있었기 때문에, 무엇을 할지 고민이 되었고 결국 의존할 수 있는 것은 눈앞에 있는 컴퓨터와 AI 프로그램뿐이었다. 진짜 몇 번이나 AI 프로그램을 돌려서 계속 질문하고, 질문하고, 또 질문했는지 셀 수가 없었다.
당시 회사는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었고, 기존 제품은 홍보를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내가 기획하는 콘텐츠와 신제품의 특성을 어떻게든 엮어서 좋은 콘텐츠로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무런 자료도 없었다. 촬영본 사진도 주어지지 않았고, 관련 정보도 거의 받지 못한 채 "앉아서 콘텐츠 기획만 하라"는 상황이었다.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AI에게 의존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AI가 생성한 이미지와 기획을 기획서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AI에 의존하여 이미지와 기획을 만들었지만, 솔직히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내가 원하는 만큼의 퀄리티를 제공하지 못했고, 기획 자체도 내가 명확히 A를 원한다고 했을 때, AI는 A와 더불어 불필요한 B까지 덧붙여서 기획을 만들어내곤 했다. 그런 결과물은 때로는 허위 정보나 잘못된 방향성을 포함하고 있어, 마케팅 기획을 만들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수정 작업이 늘어났다. AI를 붙잡고 제대로 된 기획을 만들어 내놓으라고 계속 외치다가 결국에는 포기하고 적당한 부분만 채택하는 선에서 타협했다. 그렇게 부랴부랴 대표님께 10월 기획서가 다 되었다고 보고 드렸다.
10월의 기획안을 처음부터 끝까지 발표했다. 왜 신제품을 개천절과 함께 엮었는지에 대한 이유, 한글날에는 삼행시나 그림 맞추기 이벤트를 기획한 이유 등을 설명했다. 물론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결과물이었다. 임산부의 날에는 정보성 콘텐츠나 퀴즈 형식으로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혼자서 발표하고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눈 뒤 시간이 흘렀다.
잠시 후 대표님께서 나를 부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