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부터, 연애 지식에 목말랐다. 친구와 선배들에게선 첫 데이트 시 여자와 짜장면을 함께 먹으면 안 된다는 상식을 들었다. 책에선 여자 앞에서 다른 여자를 칭찬하지 말라는 진리를읽었다.
하지만, 나는 그대로 하지 않았다. 왜냐고? 조언대로 하는 건 재미가 없으니까. 그럼 밋밋할 테니까. 반대로 해 보고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모니터링했다. 그래서 고1 소개팅땐 짜장면도 먹었다.
다른 여자 칭찬은 진리라니까 자제했다. 빨리 죽는 지름길이라니까. 그래도 몸은 항상 근질거렸다. 반대 실험을 언제나 해 볼까. 그리곤 잊고 살았다.
토요일 거실에서 아내가 물었다.
"누구랑 통화한 거야?"
"응, 수림 씨"
"재밌게 통화하더라"
"오랜만에 전화를 했네."
수림 씨는 아이들이 대학생이고, 남편 사업도 잘 되어 안정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 그녀의 비즈니스도 잘 굴러가고 있어, 수림씨는 활기 차 있었다. 나와는 몇 년간 같이 일하기도 해서 친했다. 조금 오래 통화했다. 깔깔 웃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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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탁에 앉아, 아내와 밥 한 술을 떴다.
아내가 또 물었다.
"수림 씨 어때?"
"응. 해맑지."
순간 내 손으로 입을 막았다. 엎질러진 물이었다. 살기가 돌았다. 등골이 오싹하고 얼굴 핏기가 가셨다. 서울대공원 철조망 2미터 앞 사자의 으르렁 소리에 두 다리가 후들거렸던 장면이 살아났다. 진동수 20 헤르츠(Hz) 미만인 무서운 초저주파(超低周波) 소리. 고막의 공명을느낄 수 없는 불가청음(不可聽音)에 온몸이 땅에 붙어 버렸던 기억이 휘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