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육아용품 사념: 이탈리안 커피 머신?
분류: 분유 제조기
핵심 기능: 분유가루와 물를 넣어 놓으면 원할 때마다 원하는 만큼의 분유를 7초 내로 내린다.
베이비브레짜를 만든 사람은 노벨상을 받았을까. 아니라면 좀 문제가 있어보인다. 이렇게 인류를 진일보하게 만든 제품을 만든 사람 혹은 회사는 금전적 보상 외에도 사회적 존경과 인정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농담이다. 반만. 요지는 그만큼 베이비브레짜는 건조기를 쓰기 이전과 이후, (똑똑한) 로봇청소기를 쓰기 이전과 이후로 삶의 질이 나뉘는 것처럼 브레짜는 삶을 한결 더 쉽게 만들어 준다.
브레짜의 진가는 시간이 지날 수록 점차 올라간다. 신생아를 먹일 때는 브레짜의 진가를 모른다. 3스쿱 물에 타서 먹이면 되는 문제니 보르르만 있으면 안될 게 없다. 섞이기도 잘 섞인다. 하지만 주수가 넘어가며 스쿱이 넷, 다섯, 여섯이 되어가고 엄마는 차분함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아이가 자랄 수록 더 우렁차지므로 숨이 넘어가는 아이옆에서 분유가루를 한 스쿱 한 스쿱을 정성스레 깎아가며 6개씩 넣을 멘탈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가루가 잘 녹으면서도 거품이 생기지 않게 섞는 것도 여간 스킬이 필요한 작업이 아니다. 쉐이커를 또 놓을 게 아니라면. 여기에서 이제 목놓아 우는 신생아가 두 명이 된다면 브레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우는 아기를 앞에 두고 브레짜가 묽게 타진다거나 청소가 귀찮다거나 회전판이 못미덥다거나 하여 손으로 타는 게 낫다는 생각은 그럴만한 여유가 있는 양육자가 부릴 수 있는 사치다.
베이비브레짜의 정확한 계량과 간단한 작동법에 놀라며 감탄할 때 누군가 브레짜는 커피 머신과 같은 원리라고 알려준 적이 있다. 커피도 똑같이 갈아서 정량에 원하는 만큼의 물을 타 내려준다고. 사실인지 확인은 해본적 없지만 감옥에서도 커피 포트를 제공한다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커피 사랑은 익히 알고 있던 터라 금세 이해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머신의 이름도 브레짜로 숨결, 바람과 같의 뜻의 이탈리아어가 아닌가. 이탈리안의 커피 머신이 이렇게 멋진 분유 제조기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커피를 한층 더 사랑하게 됐다. 물론 이 글을 쓰며 찾아본 베이비브레짜는 미국 뉴저지에 기반을 둔 기업이고 아직 젊은 나이의 창립자는 국적이 이탈리아와 큰 연관은 없어보였지만 아들이 넷이라고 써있는 사실을 보고는 덮어놓고 존경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