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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Vagabond Sep 16. 2020

그 작은 한 마디에 갇혀버리는 이유

Control Shift

"너 왜 말을 그런 식으로 해?"
"생각보다 멍청한 구석이 있구나."
"한국에서는 보통 그러면 안돼."
"한국에서는 그건 무례한 거야."
"너 사진 진짜 못 찍는다."
"너 미적 감각을 좀 키울 필요가 있어. 정보가 하나도 안 읽혀."
"야 당연히 그러면 안되지"
...




      아주 작은 일에 사람을 가둬버리는 일이란 굉장히 쉬운 것 같다. 아주 작은 것 하나하나를 상처가 될 수도 있게 내뱉으면 말 한마디에 그 사람을 한동안 매몰시킬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매몰당하는 사람이 보통은 나라는 것이니.


      남의 말을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살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자존감도 관리해줘야 되고 적절히 받아치는 연습도 해야 한다. 1년도 넘게 매주 보고 있는 상담 선생님은 나에게 말했다. "풀리지 않은 채로는 덮는다고 해도 어딜 가는 게 아니거든요. 해소시키지 않으면 해소되지 않아요."


     사람을 통제하는 건 의외로 간단한 것 같다. 아주 작은 것도 그에게 상처가 될 수 있도록 트집 잡고 최대한 작은 세계관에 가두면 된다. "너는 미적감각이 참 부족해. 폰트 이런 식으로 쓰면 하나도 안보이잖아!" "방좀 치워 여자애가 이게 뭐니!" 이런 작은 얘기 하나하나로 그가 큰 세계관으로 확장하지 못하도록, 성장하지 못하게 하고 작은 세계에 갇히게 조여주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가르침에 고마워하는 멋진 사람들도 분명히 많을 것이다. 다만 나는 자신이 미숙하고 예민하고 멋없다는 걸 알고 있다...

      반대로 그 사람이 자신의 세계관을 확장하도록 도와준다면 그에게는 어느 순간 작은 얘기들이 더 이상 신경쓰이지 않을 것이다. 시야와 세계관을 넓혀갈수록 시간과 에너지, 자신의 자원을 성장하는데 쓸 수 있게 된다. 나는 나의 가족들이 나에게 그랬듯이 주변 사람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항상 손을 뻗을 수 있는 사람, 도움이 되는 사람, 좋은 영감을 주는 사람. 언제부턴가 그저 항상 좋은 어른의 범주에 들어가고 싶었다. 해가 거듭할수록 주름이나 기미를 하나씩 획득하는 엄마나 할머니를 보면서 나도 저런 어른이 될 것이라며 다짐해왔다. 정작 피부가 신경 쓰이는 당사자는 각 종 크림이며 시술로 자신을 가리고 싶어 했지만 나는 멋있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무작정 부러웠다. 하지만 좋은 어른이라는 것은 나를 어른이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좋아해야 하는 것이라서 나 혼자서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 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핸들을 다잡아야 한다. 



      이렇게 생각을 해보니 생각보다 나는 통제를 많이 당하고 있었다. 자유를 갈망하는 성향이 강한만큼 더욱더 그 통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 오늘부터는 소소한 말 한마디에 나를 가두려고 하는 사람에게 잡히지 말아야겠다. 그렇게 혼자만의 숨바꼭질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겸손하고 초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평가든 오해든 아니면 사랑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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