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는 에그마요를 해달라 하고, 첫째 아이는 달걀장조림을 해달라 해서 달걀을 삶았다. 열다섯 개는 장조림을 하고, 여덟 개는 에그마요를 하려고 스물세 개의 달걀을 삶았다. 이전에는 달걀을 열 개 정도씩 삶곤 했는데, 손이 커진 건지 가족들 먹는 양이 늘어난 건지 이제는 작은 냄비로는 부족하다. 중간 사이즈의 냄비에 달걀을 가득 넣고 삶았다. 달걀을 처음 삶았을 때에는 달걀이 죄다 터지고 흰자 부분은 튀어나오고 난리가 났었다. 어떤 달걀은 흰자가 몽땅 튀어나와서 기괴한 모양으로 응고가 되어있고 달걀 속은 거의 비기도 했었다.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달걀을 삶기 전에 미리(한 시간 이상) 실온에 꺼내 두면 된다. 그리고 너무 센 불로 삶기보다는 중간 불로 삶는 게 좋다. 냄비에 달걀을 넣고, 달걀이 살포시 잠길 정도로 물을 받는다. 식초도 몇 큰 술 넣은 뒤에 불에 올린다. 물이 끓기 시작하고 7분을 더 삶으면 달걀노른자가 살짝 덜 익는다. 노른자를 다 익히려면 9분 정도 두면 된다. 에그마요에 쓸 달걀은 속이 다 익어야 하니 완숙으로 삶았다. 터진 달걀이 하나도 없이 예쁘게 삶아졌다. 달걀은 삶자마자 찬물에 담가서 껍질을 벗기는 게 수월하다.
껍질이 매끈하게 벗겨진 달걀을 장조림을 하고, 껍질이 못나게 벗겨진 달걀 8개를 골라서 에그마요를 했다. 삶은 달걀을 손끝으로 으깨고, 가는소금 반 작은 술, 설탕 한 큰 술, 후추 약간, 마요네즈 넉넉히 넣어서 (스푼이나 포크로) 잘 섞으면 에그마요 완성이다. 마요네즈라는 가공식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자주 해주는 간식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먼저 요구할 때에는 만들어 주곤 한다. 에그마요가 있으면, 식빵이나 모닝빵만 사다 두면 샌드위치를 만들기 좋다.
남은 달걀은 냄비에 물을 자박하게 받아서 장조림을 했다. 우동간장 넉넉히, 설탕 한 큰 술, 다시마 몇 장, 대파에 버섯까지 넣어서 팔팔 끓였다. 매운 고추가 없어서 고춧가루를 반 큰 술 넣었더니 색감이 좀 탁해졌다. 색감 때문인지 아이들이 잘 먹지 않아서, 내가 조금씩 먹고 있다. 자연식물식을 하는 중이라 달걀을 많이 먹지는 않지만, 유연한 자연식물식이니 상황에 따라 먹기도 한다.
아침은 과일로 훌륭한 자연식물식을 했고, 점심과 저녁은 완전 자연식물식은 아니지만 자연식물식에 가깝게 유지했다. 간식으로 토스트와 카푸치노를 먹었다. 간식은 자연식물식에서 벗어난 음식을 자주 먹고 있다. 한동안 끊었던 커피를 먹다 보니, 요즘에는 거의 하루 건너 하루에 한 잔씩 마시고 있다. 마셔도 큰 불편함은 없지만, 습관적으로 마시는 일은 피하고, 크게 당기지 않을 때에는 좀 자제해 보아야겠다.
* 표지 사진 : Unsplash의 Rachael Gorjest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