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린가지를 샀다. 여름에는 가지가 흔하게 나오지만, 아직은 가지가 제철이 아니니 말린 가지를 사서 가지나물을 했다. 여름철에 싱그럽게 향이 좋은 가지는 자주 사서 이용했지만, 말린가지는 처음이다. 이전에는 가지를 좋아하는 편이 아닐뿐더러 싫어하는 편이었으니 제철인 여름에나 가끔씩 맛보았을 뿐, 가지가 나오지 않는다고 아쉬워할 일도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여름부터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가지 맛을 알게 되었고, 한동안 가지를 안 먹었더니 가지가 생각난 터에 인터넷 장보기에서 말린가지를 발견했다.
말린가지는 한 시간 정도 찬물에 불린 다음에 사용하라고 하기에 한 시간을 넉넉히 불렸는데도 말랑거릴 정도는 아니고 촉촉한 정도로 물기가 스민 느낌이었다. 불린 가지를 적당히 물기를 짜자마자 팬에 옮겼다. 조선간장 두 큰 술과 다진 마늘 한 큰 술을 넣고 조물조물 간이 배게 한 뒤에 실온에서 30분 정도 두었다. 30분이 지난 뒤에 달달 볶다가 멸치다시마 육수를 한 컵 넣고 뚜껑을 닫은 채로 익혔다. 물이 다 증발했는데도 가지가 빳빳해서 육수를 한 컵 더 넣고 뚜껑을 닫은 채로 약불에 5분 정도 두었다. 가지가 보드랍게 되었을 때, 불을 끄고 들기름 한 큰 술과 송송 썬 대파를 넣고 잘 섞어서 완성했다. 한참 동안 불리듯이 익혔는데도 물컹한 느낌은 전혀 없고 오히려 쫀득하고 쫄깃한 느낌이 강했다. 조금이라도 덜 익히면 오히려 퍼석한 느낌이 들 태세다. 워낙에 물컹한 음식보다 쫀득한 식감을 좋아하기 때문에 입에 맞는 데다가 생가지와는 다른 독특한 깊은 향이 좋았는데, 가족들은 먹지 않는 것을 보니 말린가지볶음은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인가 보다.
자연식물식을 하는 입장에서는 새로운 반찬 레시피 한 가지를 더 알게 된 거라 좋다. 말린가지볶음은 일반 나물에 비해서는 보관성이 좋으니, 가족들이 먹지 않으면 며칠을 두고 혼자서 먹으면 된다. 생채소만 사서 나물을 했지, 건조된 나물은 이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말린가지나물을 먹고 보니, 이것도 나물의 신세계다. 다른 종류의 건나물도 때때로 시도해 보아야겠다. 깻잎순나물을 아직까지 해본 적이 없는데, 며칠 전에 식당에서 나온 깻잎순나물이 짭짤하니 맛있었다. 깻잎순나물도 조만간 시도해 보아야겠다. 자연식물식을 8달째 하고 있지만, 이렇게 새로운 반찬이 무궁무진, 속속들이 발견되니 자연식물식이 지루할 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