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형 아이들은 타고난 상상가이다.
실제 사람들과의 관계가 부족한 자리에 자신만의 세계와 인물을 창조하고 그 세계에서 관계를 맺는다.
내 딸은 어릴 때 ‘투명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었다.
투명이와 함께 먹고, 놀고, 한밤의 무서움을 극복했다.
다른 친구처럼 맞춰줄 필요도, 헤어질 필요도 없었다.
투명이와 엄마를 골탕 먹일 작당을 하기도, 투명이가 좋아할 만한 것을 준비해 주기도 했다.
초등 저학년 때까지 가상의 친구와 흠뻑 놀고 나더니 그 이후에는 공상에 집중했다. 자신이 만든 캐릭터들이, 자신이 창조한 세계를 휘젓고 다니며 온갖 에피소드를 벌인다. “걸으면 상상이 더 잘된다”며 집에 있다가 산책을 나가기도 한다.
자신만의 세계가 생명인 창조 예술 분야에서 특히 내향적인 사람들이 큰 역할을 한다.
세계적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어린 시절 성적도 좋지 못하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조용히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 살던 아이였다. 스티븐의 엄마는 이런 아이를 보며 “너의 상상력은 세계 최고”라고 격려해 주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모험담을 들려주며 스토리텔링 유전자를 일깨워주었다. 우주, 외계인, 공룡, 정글 탐험, 전쟁 등 다양한 주제를 오가며 천재적인 스토리 텔링을 보여주는 영화감독으로서의 자질은 혼자 상상하던 어린 시간과 부모님의 후원에서 기인했다고 보면 무리일까?
‘몬스터 주식회사’, ‘업’, ‘인사이드 아웃’을 연출한 픽사의 피트 닥터 감독 또한 어릴 때 그림을 그리며 상상하기를 즐겨하던 인물이다. 특히 ‘업’은 둥둥 떠서 안전하고 혼자인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감독의 공상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내향형 아이들이 혼자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은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행위이다. 내향형 아이들이 창조적인 이유는 그 누구의 영향도 없이, 어떤 경계나 제한 없이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누비기 때문이다.
늦된 아이들이 현실에서 덜떨어져 보이고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것은 이 아이들이 현실을 초월한 넓은 상상의 세계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상상은 이 아이들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창의적인 활동이다. 이 아이들이 도저히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소리만 하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가 이 아이가 어떤 수준의 창조가가 될지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