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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X Writing Lab Dec 20. 2019

느린 아이들의 비범함; 배려, 경청

큰 목소리로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시대이다. 



참거나, 단체로 달려가 실력을 행사하지 않으면 손해 본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자신의 의견만 내세우는 토론자나 권위적인 의사 전달을 즐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내가 그렇지 않으면 손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효율적인 커뮤니케이터는 잘 듣는 사람이다. 상대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다. 조율자이다. 양보를 잘하고 융통성이 뛰어나다. 반드시 관철시켜야 하는 의견이 있을 때만 논리적으로 설득한다.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내 의견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열고, 서로가 만족하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내향적인 사람은 타고난 경청자이다. 자신의 말을 아끼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다. 








짐 콜린스는 


“특정 기업을 다른 기업보다 훨씬 뛰어나게 이끈 기업의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조용하다, 겸손하다, 소박하다, 말이 적다, 수줍음을 탄다, 품위 있다, 온화하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다, 절제되어 있다”


고 평가했다. 



“교훈은 명백하다. 회사를 바꾸는 데 거인 같은 사람은 필요하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자신의 에고가 아니다.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을 키우는 지도자다”


라고 말한다. 




남다른 기업을 일군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네이버의 이해진은 대중 앞에 나서는 걸 즐기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의견을 조용조용하게 전달한다. 모든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최적의 결론을 도출한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입대신 귀를 열어둔다. 꼭 할 말만 한다. 말이 적어도 꼭 할 말은 한다는 인식이 있어 집중도가 높다. 모두의 의견을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결정의 신뢰도가 높다. 아랫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충성도나 조직의 화합력이 더 강하다고 전해진다. 








내 딸은 어려서부터 뛰어난 공감 능력을 보였다. 엄마의 생각을 최대한 이해하고 받아주었다. “때리면 아파”, “새치기하면 기다리던 사람이 속상해”라는 말 한마디로도 행동을 조절했다. 행동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하고, 내뱉은 말 한마디에도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에 더욱더 느리고, 조심성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어릴 때는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못하고 남의 의견을 들어주기만 하는 내성적인 아이들이 부모의 눈에 답답해 보인다. 자기주장을 펴지 못하고 남의 뜻에 이끌려 살까 두렵다. 하지만 조용하고 경청하는 습성을 유지한 채 자신의 의견을 부드럽게 전달하는 능력을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 



지인 중에 세 딸아이의 아버지가 있다. 어릴 때 사람들과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교실에서 책만 읽던 아이였다. 중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 이렇게 지내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내향적인 아이들의 강점인 ‘관찰’을 시작했다. 사교성이 좋은 아이들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분석했다. 몇 달의 ‘분석’ 작업을 마치고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이 분은 여전히 과묵하지만 필요한 상황에서는 흥겹게 대화를 주도할 정도로 조용함과 소통의 스위치를 조절하는 어른이 되었다. 꼭 필요한 의견은 전달하되,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고 진심으로 공감하는 자신의 강점을 간직했다. 이 분의 신변에 위기가 닥치자 주변 사람 모두가 두 팔 걷어붙이고 도왔다. 사춘기 세 딸은 모든 것을 공감하고 들어주는 아빠가 제일 좋다고 서로 아빠의 손을 잡겠다고 투닥거린다. 




소통의 핵심은 전달이 아니라 공감과 경청이다. 이런 의미에서 내향적인 아이들은 훌륭한 리더, 훌륭한 커뮤니케이터의 자질을 타고난 셈이다. 미진한 부분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순응하는 아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위의 교수의 사례처럼 공감과 경청을 보이는 훌륭한 커뮤니케이터로 자라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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