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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다혜 Jul 19. 2022

주말 하루, 밥은 배달 어플로 보내고 뮤지컬 봅니다.

40대 애엄마가 대한민국에서 연극 뮤지컬 덕후로 살아가기


시작은 5년 전 결혼기념일이었다.


갓난아기였던 아들도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됐고

허리띠 졸라 모아 작지만 내 집 마련도 했다.

그래, 이만하면 열심히 살았다, 잘 살고 있다.

우리 이번 결혼기념일에는

정말 오랜만에 공연 한 번 보러 갈래?


20대 때는 없는 돈과 시간을 쪼개서

공연이다, 전시다 참 자주 다녔었다.

연애할 때는 기념일마다 공연을 보러 갔고,

학생 때는 경영학이 전공이면서도

부전공미술 관련으로 선택하기도 했다.

학점은 처참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취업과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며

현실에 쫓기다 점점 줄어들었다.


오로지 소원이 '잠 푹 자고 싶다',

'유모차 올라갈 수 있는 카페에 가서

애 울기 전에 테이크 아웃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서 커피 마시고 싶다.',

'음쓰 버리는 시간도 혼자라면 행복해'

인 처지가 되자, 아이를 맡기고 외출하는 일이

사치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시간도 버티다 보니 조금씩 지나간다.

그리하여 5년 전 결혼기념일,

친정에 아이를 맡기고 뮤지컬을 보기로 했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작품도, 배우들도 모르겠어서

드라마에서 봤던 배우가 나온다는 극으로

큰 생각 없이 포털에서 찾아보고 다녀왔다.



아, 그런데 보고 온 날 밤.

기분이 좋고 자꾸 관련 을 찾아보게 된 것이다.

비싼 돈 들였으니 그 기분 오래 가면 좋지.

그러려고 공연 보는 거 아니겠어?


하지만 문제는 이것저것 뒤적거리다가

그 극을 천 원에 볼 수 있는 카드사 이벤트가

곧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를 어째...... 이건 안 가면 손해 아닐까?


그리하여 두 번, 세 번.....

그리고 그해 겨울 그 극을 12번 보게 된다.

평소 공연을 안 좋아하는 남편이 다녀오라

아이와 남편 없이 혼자 극을 다시 보러 갔을 때,

공연장 근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들어가

핸드폰 끄고 무대에음악이 들려오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던 것이다.


마치 마법에 걸린 것 같았다.

순식간에 새로운 세계로 나를 데리고 가는.


그때부터였다. 남편과 아들에게는

내가 틈틈이 사이드잡으로 모은 돈으로

닌텐도와 플스 하나씩 사서 쥐어주고

공연을 보러 가기 시작했다.

티켓값도 집에서 조금씩 벌어서 충당했다.

그러다보니 어쩌다가

티켓값 벌던 분야에서 자리 잡게 되었다.


남편이 '인천에서 서울까지 왕복 4시간인데

2시간짜리 보려고 굳이 가야겠냐'길

'역시 그렇지? 오며 가며 시간 아까우니까

간 김에 두 개는 봐야겠지?

낮공 보고 저녁 먹고 밤공까지 보고 갈게,

밥은 시간 맞춰 배달 어플로 시켜줄 테니

일주일에 한 끼는 외식한다고 생각해!'

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 번은 알아서 차려먹겠지, 했더니

둘 다 귀찮다며 내가 올 때까지

굶고 있길래 내린 고육지책이었다.

그나마도 배달시켜주면 먹긴 먹는데

치우지 않고 상 위에 그대로 놓여있다.

밤공 끝나고 집에 와서 아이 재우고

신데렐라처럼 밤늦게까지 밀린 집안일을 한다.


그러고 있으면 옆에 남편이 붙어서 '주말마다

우리를 버리고 나가야겠냐'고 쫑알댄다.

참고로 남편은 술 담배 친구 주식을 안 하고

오로지 집에 있다. 그래서 할 말이 없긴 하다.

하지만, 하지만...!


주말 하루, 공연을 보러 나가며 깨달았다.

대한민국에서 애엄마가

취미 생활 하기  힘드네.

그러니까 더욱 이 시간을 지키고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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