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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다혜 Oct 06. 2022

부모님 기대대로 크진 않았지만, 내 모습 꽤 괜찮죠?

뮤지컬 킹키부츠

어릴 때 공부를 나쁘지 않게 했다.

부모님은 사업으로 가정형편에 기복이 있었기에

나에게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라며

오랜 시간 상당한 압박을 주셨다.

성격 또한 조용하고 얌전하고 성실한, 전형적인

안경 쓴 모범생이었으니 꽤 기대를 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부모님은 모르셨다.

나는 만화를 그리고 친구들과 동인지도 내며

틈틈이 연예인 덕질도 게을리하지 않는

언제나 타오르는 덕후였음을.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교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나는 완벽히 깨달았다.

나는 안정된 직업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구나.



뮤지컬 킹키부츠는 신발에 대한 이야기다.

맞다. 바로 그 신발.

그냥, 신발.


세상의 모든 자식들이 그렇듯,

찰리는 외곽에서 신발 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처럼 살기 싫어서 여자 친구와 도시로 떠난다.


하지만 곧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정리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

손해가 가득한 신발공장을 마주하게 된다.


공장을 처분하고 도시로 떠날 수도 있었지만

찰리는 어릴 때부터 자신을 지켜봐 준

공장 사람들을 위해 사업을 일으켜보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틈새시장을 찾아

기존에 만들던 일반 남자 구두가 아닌

여장 남자를 위한 부츠를 만드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우연히 마주친

'롤라'라는 드랙퀸에게서 얻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 드랙퀸이란 옷차림이나 행동 등을 통해 과장된 여성성을 연기하는 남자를 가리킨다. 이는 사회가 규정하는 성별과 다르게 겉모습을 꾸민다는 뜻을 가진 '드래그(drag)'와 여왕을 뜻하는 퀸(queen)이 합쳐진 말이다. 반대로 남장을 하는 여자는 드래그 킹(drag king)이라고 한다. 이들은 주로 유희를 목적으로 여장(남장)을 하는 것으로, 타고난 성과 정신적인 성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일컫는 트랜스젠더와는 차이가 있다.)


롤라의 본명은 사이먼.

권투선수가 되고 싶었던 아버지가

자기 대신 꿈을 이뤄줄 것이라 여겨

아들을 열심히 훈련시켰지만

그는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아 롤라가 되었다.


찰리와 롤라는 공장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나만의 길을 가면서도

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을 잘 활용한다.

자기도 모르게 손에 익은 구두를 만드는 법,

아버지에게 배운 권투로 공장 직원과 대화하기 등.


우여곡절 끝에 그 둘은 밀라노 패션쇼에서

화려하고 성공적으로 킹키부츠를 선보이며

극은 막을 내린다.

해피한 극이지만 항상 울컥하는 건 마지막 장면에서

아버지들이 어린 찰리와 사이먼을 꼭 안아주기 때문이다.


부모의 기대대로 크지는 않았지만

아들들은 분투하여 자신만의 성공과 행복을 만들었다.

부모는 결국,

자식을 안아주게 되어있다.

말 안 듣는 자식으로만 살다가 아들을 낳고 나니

더욱 안고 안기는 그 마음에 코 끝이 찡해지는 것이다.

엄마는 최재림 팬

킹키부츠는 꼭 최재림 배우 팬인 엄마랑 보러 다.

조용하길래 잠들었나 쳐다보면

엄마가 너무 집중한 것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다.

덕 DNA는 엄마가 물려준 것으로 추정된다.


엄마, 내가 비록

간헐적으로 인기 없는 책이나 내는

불안정한 직업을 갖게 되었지만

엄마 뮤지컬도 보여드리고 나름 괜찮죠?


사람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

뮤지컬을 보며 깨달은 행복의 비결을 새기며

곧 닥칠 아들의 사춘기를 응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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