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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다혜 Jul 20. 2022

20대, 내가 특별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는 시기

뮤지컬 사의 찬미

대학생 때 한 친구가 술을 먹다가 말했다.

취업에 몇 번의 고배를 마신 터였다.

"우리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빨리 깨달아야 성공하는 게 아닐까."


더 특별하다고 소리쳐야 뽑힐까 말까인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은 마음이 반,

특별한 실패자가 아니라 다들 그런 거라고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반이었던 것 같다.

그 말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거 보면.


말한 사람도 기억 못 하는 술김에 나온 말이

맞는 말이라는 걸 깨달은 건 30대였다.


2019년 관람 티켓


뮤지컬 '사의 찬미'는

2013년 '글루미데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2022년 현재까지 인기 있는 한국 창작극이다.


모티브는 노래 '사의 찬미'를 부른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과

그의 애인 극 작가 김우진(유부남)이

1926년 8월 4일 부산행 배 위에서 실종된,

하지만 동반자살로 대서특필된 실제 사건이다.


이 극은 가상의 인물 '사내'를 가미했는데,

이는 당시 유행한 '염세주의(와 동반자살)'

의인화한 것이라고 한다.


극의 표면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사내는 그들을 배에서 자살하도록 몰아가지만

윤심덕과 김우진은 서로를 믿음으로써

배에서 같이 뛰어내리는 '선택'을 통해

사내로부터 탈출하는 내용을 그렸다.


그런데 이 줄거리가 그날그날

배우들의 연기와 해석과 노선 합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곤 하는 게 다관람의 요인이다.

어느 날은 그들이 무사히 탈출했고,

어느 날은 배에서 뛰어내려 죽게 하는 게

애초에 사내의 계획처럼 보이는 날도 있었다.


그러던 중 한 회차가

대학생 때 친구의 말을 떠올리게 했다.


그날은 이 모든 게 김우진망상처럼 보였

윤심덕은 말려들어 같이 바다로 뛰어든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사내는 그들의 속을 쉽게 파고든다.

김우진에게는 '다른 사람과 달리

글에서 저항심이 느껴진다'라고 한다.

윤심덕에게는 '널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스타!'라는 말이 첫인사다.


하지만 그들을 잘 살펴보면

고국에서 독립군이 처참하게 당해도

조선은 고루하다며 도쿄 찬가를 부르,

사내 현대로 '부모 잘 만나서 유학생이랍시고

거들먹거리는 꼴이 재수없'는 사람

다르지 않은 모습처럼 보인다.


사내는 계속 말한다.

그 녀석 뭔가 달라, 너희 뭔가 남달라.

김우진도 스스로를 선구자라 칭하고

윤심덕도 자신 있게 노래한다.


'모두 마음속으로 생각만 할 때
난 그냥 행동할 뿐이야.

모두 막연하게 동경만 하던 삶을
난 직접 살아갈 뿐이야.'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지 않았을까.

사실 그들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다는 걸.

세상에 맞춰 사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조선을 바꿔보겠다며 시작한 극을

아내와 일본인 애인이 있음을 들켰다는 이유로,

사내가 심덕에게 접근하는 듯하다는 이유로

김우진은 쉽게 접으려고 했다.

윤심덕은 가난이 지긋지긋했

전라도 거부의 아들이라는 김우진에

먼저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했던 터였다.


겉으로는  특별하다며 자유를 부르짖지만

개인의 고민과 연애에 매몰되어

어딘가에 있을 신세계만을 꿈꾸 그들.

그런 면이 사내를,

부정적인 시각을 스스로에게 허락한 건 아지.


그런데 과연 특별하지 않음이 문제일까.

격동의 20대를 지나 30대 통과하고 나니

오히려 평범함이 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사람의 마음 안에 들어가야 가능하다.

마음만에 들어가려면 '공감'이 필요하다.
감은 같은 현실, 같은 공간을 살아간

동질감이야말로 최고의 재료가 된다.

특별하지 않음이 성공의 시작인 셈이다.


책 '다시 브랜딩을 생각하다(스티븐 고 지음)' 8p


요즘은 핵가족화로 인해 특별하게 자라고

특별하게 자녀를 키운다.

얼마 전 기사를 보니 그로 인해

젊은 세대들의 좌절감이 오히려 높다고 한다.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여기며 자랐는데

사회에 나가면 경제적 부분 등에서

넘을 수 없는 격차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누군가와 비교하여 우열을 나누는 것보다

내 인생의 의미를 내가 부여하고

그에 따라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나만의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일에

기분 좋은 느낌을 갖는 것, 그게 전부가 아닐까.


애초에 사내의 접근을 허용하지 자.

'사의 찬미'를 보고 나서 그런 생각을 해본다.

그나저나 이번 10주년 표는...

피켓팅이라 못 잡을 것 같아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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