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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치 Feb 07. 2024

EYE IN THE SKY : 꿈의 증명

by The Alan Parsons Project (1982)

배철수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Sirius> 이 곡은 꼭 뒤에 이어지는 <Eye In The Sky>와 같이 들어야해요.’


 맞는 말씀이시다. The Alan Parsons Project(이하 APP)의 앨범 <Eye In The Sky>의 서두를 알리는 <Sirius>는 2번 트랙 <Eye In The Sky>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되어 있다. 절대다수가 스트리밍 혹은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로 음악을 듣는 지금에야 사장된 방식이지만, 예전에는 이런 식으로 구렁이 담 넘듯 곡 사이를 연결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특히 전체가 하나의 주제, 혹은 특정한 이야기를 만드는 이른바 ‘콘셉트 앨범’들 다수에서 이 같은 트랙 구성을 관찰 할 수 있다. (콘셉트 앨범 역시 멸종의 기로에 놓여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앨범을 들어보아도, <Sirius>에서 <Eye In The Sky>로 이어지는 이 구간만큼 기가 막힌 트랜지션은 없었다. <Sirius>에서 어둡게 고조되는 분위기가 기-승의 구조를 이루고, <Eye In The Sky>가 이를 밝은 느낌으로 ‘전’하여 ‘결’로 이끄는 이 탁월한 흐름! 넘어가는 그 순간이 곡 클라이막스다. 이 느낌만으로도 <Eye In The Sky>앨범을 소장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알란 파슨스라는 이름은, 사운드를 공부하는 이라면 꼭 한번은 맞닥뜨리는 이름이다. 그는 18세에 그 유명한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 취직하여 비틀즈를 비롯한 기라성 같은 밴드들의 음반들에 크레딧을 올렸고, Pink Floyd의 명반 <The Darkside of the Moon> 제작 전반에 관여하는 등 음향 엔지니어로서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The Darkside of the Moon>이 대중 음악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생각하면, 그의 명성을 능히 가름하실 수 있겠다.

 그러나 그는 엔지니어로서의 커리어에 만족하지 않고, 에릭 울프슨과 함께 The Alan Parsons Project (이하 APP)라는 밴드를 결성한다. 무려 <Wish you were here> 작업에 대한 핑크 플로이드의 러브 콜을 마다하고 말이다. (이 앨범에 대해서도 추후 다루어야만 할 것이다.) 이후 알란 파슨스는 APP의 이름으로 <Tales of Mystery and Imagination>, <I Robot>, <Pyramid> 등 앨범이 발매하다가, 1982년에 <Eye In The Sky>를 히트시키며 기어이 아티스트로서도 크나큰 아성을 세웠다.


 개인적으로 알란 파슨스는 나의 롤모델이기도 했다. 이유는 단순하게도, ‘엔지니어로서도 아티스트로서도 크게 성공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창작자의 꿈을 마음 한켠에 구겨 넣었지만, 나에게도 기로가 있었다. 엔지니어로서의 직업적 커리어와 음악에 투신하는 삶 사이에서 말이다. 많은 이들이 한 우물만 파라고 하고, ‘하고재비는 되는 일이 없다’며 나를 말렸지만 그 때마다 나는 알란 파슨스의 이름을 들먹였다. APP는 존재 그 자체로 나에게 힘을 주는 밴드였다. 엔지니어로서, 그리고 창작자로서 동시에 성공할 수 있다는 내 꿈의 증명이었다. 물론 지금껏 내가 증명한 것은 내 재능과 운이 부족했다는 사실 뿐이지만 말이다.


 ‘Air Guitar Championship’ 이라는 대회가 있다. 음악에 맞추어 허공에다 기타 치는, ‘Air Guitar’라는 놀이를 스포츠화(?)시킨 행사이다. 이 무슨 정신나간 짓거리인가 싶으시겠지만, 의외로 참가자와 관객 모두 진지하게 즐기는 대회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Nordic Thunder 2011 US Air Guitar Finals Champion!!!’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검색해보시라. 제목 그대로, ‘노르딕 썬더’라고 하는 에어기타 연주자가 2011년 미국 대회 결승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를 담은 영상이다. 길 잃은 바이킹 같이 차려 입은 노르딕 썬더의 멋진 ‘연주’를 보다보면, 장난과 예술 사이의 얇디 얇은 경계가 느껴지는 듯 하다. 노르딕 썬더가 처음부터 에어 기타의 대가는 아니었을 것이다. 재밌으니까 하게 되고, 하다보니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니 멋있어지고, 그러다보니 에어기타의 장인이 되었으리라. 노르딕 썬더의 광기어린 인트로에 흐르는 <Sirius>를 들으며 괜히 알란 파슨스와 사운드 엔지니어로서 나의 길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니 근데 노르딕 썬더 이 양반은 왜 <Eye In The Sky>는 잘라 먹은 거람.


Release Date  May, 1982

Duration  42:30

Recording Location EMI Abbey Road Studios, London, England


===


2019년, 알란 파슨스는 의 35주년 에디션으로 다시 한번 그래미(Best Immersive Audio Album)를 수상했다. 그는 아직도 현역이다.

피터 잭슨이 감독하고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서 공개된 비틀즈 다큐멘터리, <비틀즈: 겟 벡>에 알란 파슨스의 젊은 모습이 잠깐 나온다.


https://www.youtube.com/watch?v=12-yQoI5OPY

본문 말미에 언급한 Nordic Thunder의 영상을 첨부한다. 앨범 청취를 권한다는 본 브런치북 취지를 살리고자 보통은 개별 음원 링크를 올리지 않지만, 이번만은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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