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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치 Oct 24. 2024

쉬어가기: CD의 때가 돌아올까?

 바이닐의 재유행을 보며, '음반은 피규어다'라는 내 생각을 재확인했다. 플레이어 없이도 팔리는 LP라니, 역시 효용이 아닌 소장욕구만으로도 거래되는 감성의 상품이었던 것이다. 음반이 피규어가 맞다면 카세트도 팔릴 것이라고 생각했고 예측대로 카세트도 '레트로' 딱지를 붙인채 팔리는 신기한 시대가 돌아왔다.


 그런데 정작 CD란 매체는 많은 이들의 관심 밖에 있는 것 같다. CD야말로 '음반'의 적장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도 평소 다니던 레코드 샵 사장님의 발언에 따르면, Discogs 같은 플랫폼에서 CD 매니아들의 거래가 은근히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듯 하다. CD 시장은 쪼그라들었지만, 플랫폼 테크와 물류의 발달로 그 거래의 범위는 오히려 넓어지고 있다. 이제 CD는 대량으로 팔리는 게 아니라, 전세계의 매니아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통해 미시적인 망의 형태로 유통되고 있다. 적게 팔리기는 해도 구하기는 쉬워졌다는 뜻이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지점은, CD의 물리적 수명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점이다. CD의 수명이 100년을 남짓임이 드러난 지금, 1980년대 말에 나온 초창기 CD들을 정상적으로 재생할 수 없을 때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더욱더 시간이 지나면서 손상 없이 들을 수 있는 CD가 점점 더 희귀해진다면, 모든 CD가 일종의 ‘한정판’처럼 취급받으며 더 큰 소장 가치를 지닐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CD도 언젠가 특별한 매체로 다시 주목받을 수 있지 않을까? CD만의 음질과 패키지 디자인, 그리고 그 시절의 감성도 있으니까. 차곡차곡 잘 정리된 CD장은 또 얼마나 멋진가? LP에는 없는 책등(이른바 세네카) 부분이 있으면서 카세트보다 얇고 깔끔하게 정리된다는 것도 CD의 장점이다.
 CD는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매체의 매력을 새로이 찾아줄 세대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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