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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을 정리하는 법 May 30. 2018

BELTANE & POP

Queens walk London 

버로우 마켓에서 사이다를 팔던 아저씨

 영국에 고작 있어봤자 얼마나 있었다고 알코올이 든 사이다가 먹고 싶어 지는 요즘 가기 전엔 그곳에 있을 줄도 모르던 공간이었는데 다녀오고 문득 계속 생각이 나는 곳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 쓸 BELTANE&POP이라는 펍? 푸드트럭? (전 펍 트럭이 맞다고 생각합니다.)도 그런 곳이어서 막상 다녀오고 나니 생각이 나는 터라 사진이 많지 않다는 게 아쉽긴 합니다.

영화 속 장면들 같았던 버스킹들이 끝나고

 런던에서 대학을 다니는 친구가 대체 런던에 일주일씩이나 있으면 뭐 더 할게 남냐고 물어봤는데 아마 이곳만 일주일 중 세네 번을 간 것 같습니다. 처음에 이 펍 트럭을 발견한 건 내셔널 갤러리를 본 이후였습니다. 애매하게 늦은 시간에 입장을 해서 미술관이 문을 닫을 때까지 있다가 나오니 어둑어둑해진 거리에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마냥 노래를 듣다가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방은 들어가기 아쉽고 짜인 계획은 끝이 낫길래 천천히 템즈강 쪽으로 걸었습니다. 주빌리 라인이 가는 워털루 역도 있고 강변에서 여유도 부릴 요량이었죠. 트라팔가 광장을 뒤로하고 건넌 다리는 골든 주빌리 브리지였는데, 건너편에 다음날 탈 계획이었던 런던아이가 보였습니다. 런던에 오기 전 런던 하면 떠오르는 모습 중에 하나로 불 켜진 런던아이가 돌아가는 템즈강 변이 있었는데 내셔널 갤러리를 보고 나와 그 모습을 보니 마치 상상하던 모습이 그대로 펼쳐진 것 같아서 몹시 반가웠습니다.

골든 주빌리 브리지 위에서


처음으로 BELTANE&POP을 만난 순간

 다리를 내려오는데 다리 밑에서 또 다른 악사가 버스킹을 하고 있습니다. 앉아서 들을 공간이 없나 찾아봤을 때 찾아온 공간이 MULLED WINE SPICED CIDER HOT WHISKY라고 적힌 트럭이었습니다. 아니 뮬드 와인은 또 뭐고 사이다는 왜 맵게 먹으며 뜨거운 위스키는 왜 파는 거지 라는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저희는 줄을 섰습니다. 주된 메뉴는 위에 있는 세 가지였고 오렌지 제스트, 민트와 같은 향을 추가로 더할 수 있었습니다. 기억상 세 가지 메뉴에 특히, spiced cider는 민트를 넣어서 먹었는데 어느 게 가장 처음으로 도전했던 메뉴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뱅쇼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뮬드 와인은 향신료와 함께 뭉근히 끓여낸 와인으로 추운 겨울을 나게 하는 힘을 가졌고 스파이스드 사이다는 매운 게 아니라 톡 쏘는 독특한 향신료의 맛이 재밌어 다양한 재료와 조화를 찾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적당히 알싸한 단맛에 끝에 민트향이 화하게 올라오는 느낌도 좋았습니다. 핫 위스키 역시 그냥 마냥 뜨거운 위스키가 아니라 설탕의 단맛이 들어가 손과 몸을 따듯하게 만들어 주는 음료였습니다.

 단순히 뜨거운 음료가 있었기 때문에 몸이 따듯해지거나 다음날 또 다다음날도 찾아오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창 겨울이었던 런던 시내에서 가스난로가 피어오르는 테이블에 언제는 프랑스인 부부가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또 언제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던 청년이 불쑥 찾아와 잠시 손만 녹이고 가겠다고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공간이었기에 '기억에 남는다. 따듯했다.' 라는 인상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네 제가 이걸 탔습니다. 재밌었습니다.
왼쪽으로 내리시오

 다음날도 우연찮게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혹시나 없을 수도 있었는데 어김없이 매일 같은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걸로 봐선 실제로 운행을 하는 트럭인지 긴가민가 합니다. 원래 계획은 런던아이를 타려고 했던 날이기 때문에 마침 이곳 주변을 온 것입니다. 아침에 테이트 모던에서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쏟았을 때 예상했어야 했는데 타워브리지 뷰를 보며 STRADA에서 5파운드짜리 피자를 먹을 때 우린 일단 런던아이를 가보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런던아이에 도착했을 때는 아슬아슬하게 발권 시간이 지나있었고 우린 주변을 서성이다 런던아이들 대체할 만한 재미있는 놀잇감을 찾았습니다. BELTANE&POP 옆에는 회전목마가 하나 있었는데 보통 한번 돌 때 꼬마 아이 한두 명이 타고 부모님이 밖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행에 와서 부끄러울게 뭐 있고 또 회전목마가 꽤나 재밌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창구에서 2파운드에 표를 샀는데 종이 티켓이 아닌 플라스틱 번호표를 주셨습니다. 2 파운드면 월미도 바이킹이랑 비슷한 금액 같으니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나름 다 큰 성인 두 명이서 회전목마를 탔지만 저는 충분히 즐겼다고 말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렇게 이 날도 런던아이의 아쉬움을 달래며 핫 위스키를 손에 들고서 튜브를 타러 갔습니다. 


런던 아이에서 바라본 회전목마와 펍트럭
헛걸음을 할 때마다 반겨주었던 웨스터 민스터 사원과 빅벤의 야경

 그다음 날은 미리 예약도 해두고 제 때에 맞춰서 런던아이를 타러 왔습니다. 하도 이 주변을 자주 온 덕에 웨스 터 민스터 사원의 야경이 익숙하기도 합니다. 이 날은 함께 여행하던 형이 뮤지컬을 보러 가는 날이었습니다. 뮤지컬 시간까지 시간이 남았길래 her majesty극장을 가는 길을 검색해두고 또 BELTANE&POP을 들렀습니다. 이제는 이 근방에 올 때 꼭 오는 코스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사실 아쉽게도 다음날은 옥스퍼드를 가기로 했고 스페인으로 떠나기도 해야 했기에 이 날이 마지막으로 펍 트럭을 들른 날이었지만 지금도 그때 앉아있던 난롯가 자리와 핫 위스키 아니면 사이다 맛은 종종 떠오릅니다. 아 혹시 제 글을 읽고 방문하게 되는 분이 있다면 뮬드 와인과 핫 위스키는 최대한 식기 전에 따듯할 때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혹시 여러분도 여행에서 잠시 있었지만 계속해서 기억에 남는 곳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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