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으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작년 겨울 그러니깐 2017년 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학교에 해외봉사를 다녀왔다. Grade 1부터 12까지 있는 학교라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들까지 같은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등하교를 하는 아이들, 기숙사에 남아 밤늦게 같이 탁구를 치기도 했던 아이들도 있었다. 내가 맡았던 반은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생 또래인 아이들이 있는 반이었다. 캄보디아 아이들은 방과 후에 뭘 할까? 해외봉사를 간 우리는 그곳에서 무얼 하며 지냈을까?
캄보디아 아이들은 땡볕에 맨발로 축구를 해도 발이 벗겨지거나 하지 않았다. 꼬마 아이들은 학교 앞 철길이나 시장바닥을 맨발로 돌아다니기도 하고 그 발로 공터에서 축구를 하기도 했다. 우리가 가르쳤던 친구들도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 학교 앞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는데 나도 덩달아 맨발로 뛰었다가 발에 큰 물집이 잡혀 시엪립에 갈 때까지 붕대를 하고 다녔다.
큰 아이들은 하교를 하면 삼삼오오 학교 앞 카페에서 빙수를 먹거나 노점에서 튀김요리를 먹었다. 한국의 여느 분식집 앞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교 시간이 되면 갖가지 샌드위치나 햄버거를 실은 오토바이가 교문 앞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아이들은 수업이 마치면 이따금씩 꽃을 따와 내게 쥐어주기도 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꽃을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은 원래 그런 것인지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아이들이 안아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무척이나 가벼웠다. 한국 아이들은 이렇게 가볍진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앞에는 작은 가게가 두 개 있었는데 한쪽에는 브라운관 티비에 캄보디아어로 번역된 듯한 홍콩 영화가 계속 틀어지고 있었다. 종종 동네 아저씨들이 커피를 사 가지고와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옆 가게에는 우리가 매일같이 찾았던 연유 커피 맛집이 있는데, 이곳 주인아주머니를 우리는 캄보디아 넘버원 바리스타라고 불렀다.
연유 커피를 주문하면 통조림 캔에 들어있는 연유를 거대한 중식도로 딴 다음 커피를 내리고 연유 한 통을 다 부어주셨는데 그 엄청난 단맛이 캄보디아의 더위를 우리가 이겨내게 했던 맛이었다.
그 외에도 불량식품 맛이 나는 딸기 빙수, 라임즙을 넣은 사탕수수 주스 그리고 계란을 국자에 반숙을 해서 라임즙과 후추, 설탕과 먹는 음식이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그곳에 앉아 있으면 종종 오토바이를 타고 등하교를 하며 인사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가끔씩 학교 앞 해먹에 누워있다 보면 소들이 두 마리씩 짝지어 앞을 지나다니기도 했다.
그렇다고 마냥 평화로운 날들은 아니었다. 화장실 변기는 수압이 약해 매번 막히기 일쑤였고, 샤워도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아 처음엔 고생이었다. 사실 시간이 지날수록 따뜻한 샤워의 필요성이 잊혀갔지만. 빨래도 세탁기가 없어 매번 샤워와 동시에 손빨래를 해야 했고, 무엇보다 찌는 듯한 더위에 빨랫줄에 빨래를 널어두고 커다란 천장 선풍기 아래서 누워있는 게 사실상의 방과 후 일상이었다. 그래도 그 때 한국에선 바빠서 못보던 드라마 도깨비를 보기 시작했다!
어찌나 다툴 일이 없었는지 수업 끝나고 모여 만두를 먹다가 남은 군만두 개수가 캄보디아에 있는 동안 있던 유일한 논쟁거리였고, 밤마다 몰래 부엌에서 망고를 까먹고 새벽마다 다음날 수업을 준비했었다. 한국에서 미리 실험한 것과 현지에서 구현하는 게 달라서 애를 먹기도 했지만. (쉬는 시간에 나뭇잎을 따오라고 했더니 야자수 잎을 따올 줄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지) 끝까지 웃으며 잘 따라준 아이들 덕에 여태 했던 수업들 중 가장 재미있는 기억이었다.
무엇보다도 그 덕에 걱정이랄 게 없어 마냥 좋았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곤 못해도 다시 돌아가고 싶냐 물으면 기꺼이라고 답할 곳이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