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간의 장거리 교통편이 워낙 마땅치 않은 캐나다에서 여러 장거리 이동 옵션중에 가성비가 가장 좋은 것이 이 버스였다. 그레이하운드를 이용해서 미국의 뉴욕이나 시카고까지 갈 수도 있다.
3월의 캐나다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지난 2월에 플로리다를 다녀온 후 나는 난생 처음 겪는 혹독한 독감에 시달려야 했다. 반복되는 고열과 오한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었고, 이때쯤 기침끝에 각혈이 보이기도 했다. 이 여행을 해야될까 망설임이 없지 않았지만 이미 많은 항공편과 숙박을 예약해 놓고 있었고, 멕시코시티에 한인 내과의사가 운영하는 작은 병원이 있어서 그곳에서 진료를 받으면 될 듯 했다. 마침 이때에 이르러서는 조금씩 걸어다닐만 하기도 했다.
인터넷으로 예약한 티켓을 티켓창구에서 종이티켓으로 발권 받았다. 족히 130키로그램은 되어 보이는 백인 남성은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무심히 티켓을 바꾸어 주었다. 그가 건넨 종이 쪼가리에는 버스임에도 불구하고 수하물요금이 따로 있다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만일 짐이 많다면 로버큐같은 공항버스가 더 저렴할 수도 있겠다. 다행히 이번 여행에서는 정말 단출하게 여행짐을 싸왔다. 비행기를 여러번 갈아타야 하는 여정이라 짐이 정말 짐이 되어버리고 마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기내 캐리어 하나와 카메라 백팩하나로 한달치 여행짐을 다 쌌다.
옷은 세벌 정도로 추렸다. 입고 와서 바로 빨래하고 말리는 과정을 여행내내 반복할 것이다.
터미널 안의 풍경은 을씨년스러웠다. 저마다 배웅해 주는 가족이나 친지도 없이 허공속으로 촛점을 잃은 시선들이 마른 공간을 정처없이 배회했다. 다들 어디론가 멀리 떠날 사람들의 머리위로 힘을 잃은 햇살이 부산하게 떨어졌다. 아 문득, 이곳의 풍경이 뉴욕의 낡은 지하철 역사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없는 여행의 가치는 여행지의 속살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는 데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