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모범생으로 사는 걸 좋아합니다. 인정욕구가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날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잘하는 애'가 되거나, 그게 안 될 것 같으면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애'는 꼭 돼야 하는.
학창시절에도 제법 모범생이었던 것 같네요. 술도 마시고 교복도 줄여 입었지만, 수업 시간에 대답 열심히 하고, 말썽 안 부리고, 최상위 성적을 유지하는 방식으로요. 일을 하면서도 내가 제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스스로의 평가와 타인의 인정으로 먹고 살아 왔습니다. 지금의 일터에서는 잘하는 애가 되기엔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부단히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눈에 띌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저그런 One of them으로 살 수는 없습니다.
처음 작사 학원에 갔을 때도, 우리 반에서 내가 제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달마다 이런저런 평가 기준들로 '이달의 작사가'를 뽑는데 그래서 꼭 매번 되고 싶었어요. 이번 코스는 4개월 수강을 하면서 2번 선정되었고,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남들보다 시안도 많이 썼고 남들보다 수업도 열심히 들었다고 생각해요. 몇 명 안 되는 진급자 명단에 포함되어 다행히 다음 스텝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고, 이제 다음주부터는 진급반 수업을 듣게 됩니다. 지금까지와는 또 많은 게 달라질 것 같아요.
본업을 하면서 그곳의 커리큘럼을 잘 병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두 달에 한 번씩은 이달작이 되고 싶다는 작은 목표와 최소한 지금의 2배, 혹은 3배 정도의 짧은 주기로 가사를 최대한 많이 써 보자는 거창한 목표가 있어요. 여긴 공부할 생각이 없는 학생들이 드글대는 학교와도, 일할 생각이 없는 월급루팡들이 드글대는 일터와도 다르더라고요. 나는 저 사람만큼 열심히 했나. 나는 저 사람만큼 많이 썼나. 나는 저 사람이 하는 공부를 하고 있나. 끊임없이 제 위에 비교할 대상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 사이에서 최고의 모범생이 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큰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가면서까지, 본인의 의지로 하는 사람들은 모두 미친 사람들이었어요. 저는 이런 집단을 처음 봤습니다. 서른 중반에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저에게도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저 역시 좀 더 몰두하고, 좀 더 시간을 들이고, 지금까지 마음만 먹었던 많은 것들을 실제로 실천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썼다. 떨어졌다. 힘들다. 말고는 할 말이 없을 것 같기도 해서 작사를 처음 접하고 설렘과 절망을 반복해 온 지망생의 넋두리는 잠시 막을 내려둘게요. 수정 의뢰와 픽스와 발매라는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난 뒤에, 그 과정들의 이야기를 들고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관심도 없을 만한 작사 이야기를 꾸준히 읽고 호응해 주신 분들이 있어 행복했어요. 아마도 이건 작사뿐만이 아닌 모든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얘기들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하겠다고 갈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단단한 힘과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누군가가 보기에,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며. 원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모른 척하지 말고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 보고 꼭 해 보시길 바랍니다. 제가 늘 하는 말인데, 무슨 일을 벌이기에 가장 적당한 때는 가장 바쁠 때예요. 똥꼬에 불 나게 바쁠 때 일 하나 더 얹어진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한가할 때 하려고 하지 말고요. 쉴 때는 그저 마냥 쉬세요.
꼭 신인 작사가 타이틀을 달고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