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싸움의 기록 21
뵐룽 아흐레에게 답을 구하는 자는 다와삼둡 카지였다. 그가 얻은 이름의 뜻은 ‘세 번 개긴 자’였다.
“아직 세상에는 싸움이 만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싸움 중에 진정한 싸움이란 있습니까?”
마스터 뵐룽은 짐짓 뜸을 들였다. 그리고 그의 정신이 흠씬 익기 전이나 뜨거울 새라 입을 열었다.
“진정한 사랑은 온몸으로 하는 것이라, 그리하여 진정한 싸움은 사랑으로 하는 것이라. 세계와 나누는 사랑 아니고서는 충분히 진정 어린 싸움은 찾기 어려울지니.”
“온몸으로 하는 사랑은 이해가 가나, 나머지는 너무 무거워 뵐룽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진정 내가 그리 했는가?”
“그리 했습니다. 하여 다시 묻습니다, 뵐룽이시여. 이런 자가 있습니다. 이 시대에 이런 자가 있습니다. 그는 하늘 아래 수많은 사람들의 뒤통수를 때림과 동시에 온갖 더러운 술수를 부려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되었으며, 그 권력을 기회삼아 수많은 사람들을 입을 막고 영혼의 목을 따려했습니다. 그리고 이 악마의 칼부림이 수포로 돌아가자 자신이 속한 무리를 꼬드겨 방패로 삼고 그 뒤에 숨어 시간벌이를 하며 다른 술수를 꾸미고 있습니다. 이런 자와는 싸워야 합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진정 어떻게 싸워야 합니까?”
뵐룽의 눈꼬리를 스치는 한 가닥 난감을 카지는 애써 외면했다.
“개기기는 할지언정 거짓은 없는 카지여, 진정 그런 자가 우리와 같은 공기를 나누고 있단 말인가? 우리의 시대에 또 어떤 악령이 사람의 형상을 입고 돌아다닌단 말인가?”
놀란 뵐룽은 치를 떨며 세 발작 뒤로 물러났다. 그 물러나게 한 것이 공포였는지 지독한 숙취였는지 아는 자 없었다. 그는 사실 잃어버린 휴대폰 탓에 나흘 동안 뉴스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떠오르는 술잔처럼 고개를 들었다.
“내 부단한 용기로 내 영혼을 추스르고 말하노니, 그에게 거울을 주지 말아야 할지라. 그가 진정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자신의 목숨을 하찮게 여길 것이라. 다시 그에게 부끄러움을 아는 염치 또한 주면 안 되니, 염치를 알게 된다면 그 부끄러움에 짓눌려 땅으로 꺼질 것이라. 그에게는 공감 또한 있으면 안 될지니, 그가 남의 고통을 느낄 수 있게 된다면 곱게 빻은 가루로 화하여 바람과 함께 사라질 것이라.”
“모두 하지 말라면 우리는 그에게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 또한 생명이 아니라고 말하지는 못 할 지경이니, 생명으로서 무지와 악함에서 벗어나 자신을 알게 하는 일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예일 것이라.”
“그가 스스로를 깨우치게 예를 행하라는 얘기입니까?”
“내 말은 김장용 무가 아닐지니, 자르지 말 지어라. 진정한 싸움이란 상대방에게 예를 행함이라. 이 경우, 그를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야말로 예를 행하는 일이니, 그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 치욕이라. 너희가 세상 앞에서 겪은 치욕을 그 또한 겪어야 할지니. 치욕이야말로 사람으로 세계에 임하는 전제조건이라. 그가 아직 겪지 못한 충분한 치욕을 선사함으로 그 또한 세계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 진정한 싸움이라. 그 또한 죽음 앞에서 온전한 인간이 될 필요가 있고, 자격이 있으니 그에게 필요한 건 그리하여, 사람이 되기 위한 충분한 치욕이라.”
“뵐룽이여, 그렇다면 그에게 치욕을 선사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선택은 너의 것이고 방법은 너의 몫이라.”
뵐룽은 바지에 묻은 흙도 털지 못하고 총총 자리를 떴다.
-『뵐룽 아흐레』 외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