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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rabbit Oct 16. 2020

엄마만의 시간이 필요해

지속 가능한 육아를 위하여

죄책감을 가득 안고 돌아온 첫 외출은 나만의 시간이 중요함을 깨닫게 했다. 하루 단 5분일지라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에 책을 읽고 글을 썼다. 불안하고 무서운 생각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며 바뀌기 시작했다. 막막했던 미래에 조금은 희망적인 생각을 더할 수 있었다. 새로운 영감도 떠올랐다. 다시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마음에 짐이 생기면 늘 책을 찾았다. 종로에 있는 영풍문고, 반디 앤 루니스, 교보문고로 향하는 길은 늘 설렜다. 서점은 늘 해답을 줬다. 무수한 책 더미 속에는 현재 고민하는 것에 대한 답이 존재했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그렇게 살아와서 그런지 고민이 생기면 주변 사람에게 상담을 청하기보다는, 일단 책을 찾는 편이다. 분명 나보다 앞서 같은 경험과 고민을 하고, 그에 대한 해법과 지혜를 담은 이야기가 존재함을 믿기 때문이다.


육아를 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도 마음에 들지 않고, 지치고 힘들 때면 육아를 먼저 한 선배 엄마들이 쓴 책을 찾아 읽었다. 그러면 반드시 위로를 받는다. 물론 나와 맞지 않는 육아관을 가진 이야기도 있지만, 대체로 엄마들의 이야기는 와 닿는 구석이 있다.  지난 1년, 참 많은 도움이 받았다. 아기를 가진 엄마가 어떻게 자신을 사회 속에서 지켜나가고, 그렇게 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지에 대한 글들, 특히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것의 중요함을 아는 엄마들의 이야기는 내 상처에 특효약이었다. 임경선 작가의 ‘엄마와 연애할 때’와 장수연 PD가 쓴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를 참 애정 했다.


하루 단 5분이라도 다른 이의 경험을 읽고 있노라면 지금 겪는 이 고통과 힘듦이 나만의 것은 아니게 된다. 위로받고, 공감받으며 저자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기분까지도 든다. 그럴 때면 블로그에든, 일기장에든 뭐라도 끄적인다. 의미 없는 말들, 아기를 보며 든 생각들, 책을 읽다 마음에 들었던 문구들, 키키가 커서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을 두서없이 적다 보면 ‘다 그만두고 싶다’는 극단적인 마음의 상태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이 조금씩 올라온다. 그래서 엄마에게는 그런 시간이 꼭 필요하다. 먹고 입고 자는 것보다 어쩌면 더 소중한 시간이다.


‘엄마가 되어서 아기를 보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지, 그렇게 자기 시간이 중요하면 아기를 왜 낳았냐. 무책임한 거 아니냐. 아기가 불쌍하다. 육아휴직이 아기 키우라고 주는 시간이지 자기 시간 가지라고 주는 시간이냐’고 누군가가 뒤에서 소리치는 것도 같다. 정말 그럴까? 아기를 키우는 엄마는 자기를 없애고 아기 엄마로서만 존재해야 하는 걸까. 절대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없어지는 순간 아기에게 짜증을 쉽게 내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되는 것을 경험했다.


아기에게 엄마는 절대적이다. 아기에게 엄마는 세상 전부다. 엄마도 그것을 알기에 자기의 몸과 마음, 시간을 써서 누구보다 큰 사랑을 주려고 노력한다. 아기에게 건강한 사랑을 주기 위해서 엄마 자체로 건강하고 즐거워야 한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한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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