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에게 던지는 남의 말 한마디가 엄마에게 미치는 영향
키키의 첫 마트 외출 날. 아기띠가 아닌 유모차에 태워서 밖으로 나가는 첫날이었다. 잔뜩 설렜다. 가방에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과 물, 딸랑이, 물티슈, 기저귀 등 집 앞 5분 거리의 외출이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방 세 칸, 화장실 하나, 거실이 자신의 세계 전부였던 아기에게 마트는 신세계였다. 진열대에 전시된 형형색색의 물건과 다양한 사람들은 아이가 처음 보는 집 밖 풍경이었다. 좌우로 고개를 바삐 움직이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포착하겠다는 듯이 눈을 반짝였다.
찬거리를 몇 가지 사서 계산대로 갔다. 키키는 쪽쪽이를 물고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멀뚱히 계산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고, 저런 갓난쟁이를. 아기 춥겠다. 양말도 안 신겼네.” 이어 쯧쯧, 라는 말이 소리 나진 않았지만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아기가 열이 많아요...”
당황스러워서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얼떨떨한 표정을 지은채 계산된 물건을 가방에 허겁지겁 담았다.
옆에 서 있던 남편은 뭔가 눈치를 챘는지 내 기분을 살폈다.
정말 기분이 나빴다.
아기를 데리고 처음 하는 외출, 유난히 맑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 맛있는 찬거리를 사서 기분이 한껏 들떴는데, 아주머니의 말이 내 기분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내가 지금 아기 데리고 외출하는 게 몇 개월 만인데!'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화가 났던 걸까. 계산원의 그 한 마디에 왜 그렇게 예민해졌던 걸까. 그냥 지나가는 사람의 말이려니 생각하고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는데, 왜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두고 기분 나빠하며 그 사람을 원망했을까.
후에도 비슷한 경험은 몇 차례 반복됐고, 또래 아기를 키우는 친구들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하고 기분이 매우 상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이 아이를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걱정하고, 보살피고, 들여다보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엄마다. 지난 몇 달간 세상 구경은커녕 잠도 3시간 이상 자지 못하고, 온몸이 피폐해지면서도 내 밥은 굶을지언정 아기 밥을 먹이느라 애쓴 사람은 엄마다.
그런 아기 엄마에게 아기를 제대로 케어하고 있지 않는다는 듯한 한마디의 말은 큰 상처가 된다. 무심히 던진 참견과 오지랖이라는 조그마한 돌이 안 그래도 위로가 필요한 엄마들에게는 바윗돌처럼 느껴진다.
아이의 상태에 대해서 엄마보다 더 잘 알고, 걱정하는 사람이 세상 어디 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남의 일에 오지랖을 떠느냐고, 괜히 죄 없는 남편에게 하소연하듯 짜증을 내고 말았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인지라 모르고 모자란 부분 투성이다. 그럼에도 지금 아기 엄마에게 필요한 것은 무정한 참견과 훈수가 아니라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닐까. “아기 참 예쁘네요.” 한 마디면 충분한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