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100여 일 간의 불안한 심리상태
누워있는데 눈물이 자꾸 흘렀다. 출산 후 울면 시력이 나빠진다는데 시도 때도 없이 미지근한 물이 볼을 타고 내렸다. 온몸이 누군가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듯 욱신거렸다. 수면 양말과 두꺼운 바지를 입어도 무릎과 발목이 시렸다. 가슴은 딱딱해지고 손만 대도 바늘로 찌른 듯이 아팠다. 두통은 타이레놀을 먹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200kg 무게의 짐을 어깨에 짊어진 듯 몸이 가라앉았다.
내 몸 상태가 그러해도 우는 아기를 달래고,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고, 똥 묻은 엉덩이를 씻기고, 손수건을 빨고, 젖병을 소독하고, 목욕을 시켜야 했다. 무한반복이었다. 끝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 위에 올라탄 기분이었다.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면 좀 나아질까 싶었지만, 아기는 너무 작고 추위에 취약했다. 내 몸도 산책을 할 만큼 회복되지 않았다. 몸의 피로와 동시에 정신도 피폐해졌다.
아기는 수시로 일어나서 엄마를 찾았다. 2시간을 이어 자지 않았다. 잠을 좀 자려고 누우면 아기는 ‘엥’하고 울었고,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다음날 출근을 하는 남편을 깨우지 않기 위해 깊은 밤 우는 아기를 홀로 어르고 달래 보지만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는다. 뭐가 불편한 걸까, 배가 고픈 걸까, 엉덩이가 축축한가, 속이 답답한가, 더운가. 뭐라고 말이라도 하면 당장 원하는 것을 들어줄 텐데 도무지 아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가슴은 타들어가고 피로는 온몸을 감싼다. 눈 밑은 쾡 한지 오래고 얼굴에 미소는 사라졌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수시로 나를 괴롭혔다. 끔찍한 상황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기를 잘 키울 자신이 없고, 엄마가 되어 살아갈 앞날이 막막하고 두려웠다. 해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옥죄었다. 사는 게 두렵고 재미없어졌다. 아기를 낳고 행복하고 즐거워야 하는데, 어느 때보다 약하고 취약한 나 자신이 싫고 또 부끄러웠다. 악순환이었다.
뉴스에서 보던 산후우울증을 앓는 엄마들이 저지른 사건들이 남일 같지 않았다. 감정의 소용돌이가 나를 휘감았다. 그때마다 울었고, 가슴을 쳤고, 발을 동동거렸다. 그런 시간이 세 달 정도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약하게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