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llorabbit Oct 19. 2020

육아 우울 극복 방법

걷고 또 걷고.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중랑천 산책이다. 언제 산책을 나갈지 베란다 창밖의 하늘을 유심히 살핀다. 아이를 유모차에 단단히 앉히고, 가방에 내가 마실 커피와 아이가 먹을 간식, 물을 챙긴다. 뜨거운 여름날에는 이른 새벽과 저녁을 산책 시간으로 선택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 때면 오후 3-4시에 집을 나선다.


SNS에 이른 아침 산책길을 사진으로 올렸더니 아기 키우는 친구가 ‘너 참 부지런하다. 언제 아침에 산책까지. 대단해’라는 댓글을 남겼다. 사실 부지런해서 하는 산책이 아니었다. 숨이 안 쉬어져서, 정말 숨을 쉬고 싶어서 나간 산책이었다.


맑은 하늘 아래,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걷다 보며 육아로 인한 우울이 그 순간만큼은 잊힌다. 몸의 묵은 피로가 햇살에 바삭하게 마르고, 메말랐던 마음에 물기가 스며 촉촉해진다. 그러고 나면 남은 날의 육아를 해낼 힘이 조금 충전된다.



산책이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아이는 유모차에 타자마자 낮잠에 빠져들기도 하지만(이 날 산책은 그야말로 성공적!), 5분도 걷지 않았는데 울기 시작하는 날도 허다하다. 산책은 곧바로 아기와의 씨름으로 바뀐다. 주변의 푸릇한 나뭇잎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간식이며 물이며 아기 입에 넣으며 어르고 달래기 바쁘다. 괜히 나왔나, 후회가 이어진다.


그럼에도 내가 중랑천 산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걷는 동안 나와 내 아이가 건강해짐을 느끼기 때문이다. 자꾸자꾸 내 마음에 스미는 우울과 피로, 권태로움과 나태함을 물리치는데 좋은 풍경을 보며 걷는 것만큼 특효약이 없다. 그래서 오늘도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유모차를 밀고 중랑교를 건넌다.


이전 23화 남편과의 육아 분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