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llorabbit Oct 07. 2020

셀프 태교 사진 촬영

제주도 태교 여행기 2

  볼록한 배, 똥배가 아닌 아기가 들어 있는 배. 언제 다시 이 배를 가지게 될까. 분명 그리워질 것이다. 예쁜 옷도 못 입고 뚱뚱해 보여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때론 못마땅하지만, 생명을 잉태한 이 배는 얼마나 숭고하고 고귀한가. 그래서 다들 태교 여행을 가서 볼록한 배를 더 볼록하게 내밀고 사진을 남기나 보다.



  비록 에메랄드빛 바다와 이국적인 야자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진 못했지만, 나름대로 태교 사진을 찍겠다고 이것저것 제주도에 챙겨갔다. 예쁜 원피스와 키키를 가지고 처음 산 아기 용품인 앵두 양말, 동료에게 선물 받은 꽃신 등을 촬영 아이템으로 챙겼다. 사진을 찍기 위해 숙소를 예쁜 곳으로 골랐다. 잡지에서나 볼 법한 감성 숙소를 예약한 이유다.



  곳곳에 앵두 양말을 놓고 사진을 찍었다. 아직 퍽 나오지 않은 배를 내밀고 사진을 찍었다. 챙겨간 원피스 세 벌을 바꿔가며, 구도도 바꾸고 조명도 요리조리 조정해가며 찍었다. 남편은 어느새 지쳤는지 이제 그만 찍자고 했지만, 나는 꿋꿋하게 화장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 포즈도 취했다. 이 모든 것이 나중에 크나큰 추억이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비가 와서 대부분 실내에서 촬영했지만 제주도까지 왔는데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안 남길 수는 없어서 비바람이 몰아치는 와중에 해변에 잠깐 들렀다. 배 앞에 앵두 양말을 두고 타이머를 맞추고 사진을 찍었다. 얼굴은 바닷물과 빗물에 절어 번들번들, 머리는 바람에 날려 산발, 매서운 바람에 어깨는 한껏 움츠러든 우리의 모습이 무척이나 우스꽝스러웠다. 언젠가 키키가 자라서 사진을 꺼내본다면, 다 같이 크게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이전 06화 비 오는 날의 비자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