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수영 9
맨 처음에 배우는 팔 동작은 자유형이다. 모든 영법이 그렇지만, 자유형은 팔의 글라이딩(물에서 미끄러지기?)과 발차기가 특히 중요하다. 한 팔을 쭉 뻗어 밀고 나서 글라이딩과 물잡이(손으로 물을 잡는다고 표현함)를 하면서 손을 돌려 다시 엉덩이까지 민다. 물 위로 손가락을 스치듯이 밀다가 어깨를 돌려 팔꿈치를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어 팔을 앞으로 죽 뻗으면서 글라이딩을 한다. 팔로 이 동작을 반복하면서 발차기도 힘차게 차야 한다. 팔꿈치를 들고 자유형 팔 동작을 하는 순간, 어깨가 아프다. 팔을 구부려 물과 팔 사이를 봤을 때 삼각형 모양을 만들며 자유형 팔을 제대로 돌리게 될 때까지 어깨가 아프다. 물잡이와 팔 돌리기와 발차기를 제대로 하면 당연히 앞으로 쭉쭉 잘 나가겠지만, 그것이 가장 어렵다.
보통 자유형 팔 동작은 왼팔을 먼저 시작한다. 오른팔로 자유형 팔을 돌릴 때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동시에 숨을 쉰다. 자유형 팔 동작이 익숙해졌다 싶으면 팔을 두 번 돌리고 숨 쉬는 게 아니라, 숨을 참으며 세 번, 네 번, 여섯 번, 여덟 번… 이렇게 늘려간다. 자유형 팔을 세 번 돌릴 때는 왼쪽으로 숨을 쉬어야 한다. (맨 처음 왼쪽으로 숨 쉬었을 때 물을 먹었다. 고개가 자연스레 숨을 쉬기 위해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돌려지곤 하니까) 팔을 네 번 돌릴 때는 두 번째에 숨 참고 네 번째에 숨을 쉬고, 여섯 번 팔을 돌릴 때는 다섯 번까지 숨을 참고 여섯 번째 숨을 쉬고…. 마지막은 레인 25미터를 자유형으로 끝까지 숨을 참고 대시(최고 속도로 하는 것)로 가기였다(25미터를 팔을 몇 번 돌려야 도착하는지도 세어보곤 했다). 자유형의 궁극 목표는 이거지만, 숨을 참고 25미터 끝까지 가기는 너무 힘들다. 숨을 오래 참으면 머리도 아프고, 수영장의 물을 먹기도 하고, 팔을 갑자기 빨리 마구 돌려서 담에 걸리기도 한다.
수영을 할 때 잘하겠다는 욕심을 내면 안 된다. 욕심내는 순간 몸이 긴장하고, 긴장하는 순간 모든 동작에 힘이 들어가고, 제대로 수영을 할 수 없다. 수영을 잘하는 사람은 글라이딩과 팔 동작만으로 앞으로 쭉 잘 나가기에 발을 거의 차지 않는다. 수영 잘하는 사람은 손뿐만 아니라 발차기도 잘한다(부럽다). ㅜㅜ 발차기를 많이 하면 숨이 차고, 수영이 힘들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유형을 오래 할 때는 최대한 발은 차지 않고 팔 동작과 글라이딩으로만 간다(글라이딩이 안 되는 나는 발차기를 안 하면 앞으로 나가지 않기 때문에 안 된다).
수영 발차기는 허벅지 근육을 잘 사용해야 한다. 대부분 무릎을 접어서 종아리로만 차기에 잘 나가지 않는다. 글라이딩 하면서 팔을 뻗으면서 어깨도 양쪽으로 롤링(상체만 좌우로 움직임) 해야 하고, 팔꿈치를 들어 삼각형 모양의 팔도 만들어야 하고, 발차기도 허벅지가 당길 정도로 해야 하고…. 이 모든 동작을 한꺼번에 생각하며 자유형을 해야 하는데, 팔에 신경 쓰면 발차기가 안 되고, 발차기를 잘하려고 하면 팔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하나에 집중하면 나머지는 다 까먹는다.
각각 레인 안에서는 개인의 수영 실력에 맞게 대충 자기 자리가 정해진다. 신규반에서 같이 수영해온 사람들과 수영하면 내 수영 실력이 어느 정도이고, 내 앞과 뒤에 서는 사람들의 실력도 대략 알기 때문에 순서를 정하고 유지한다. 내가 다니던 수영장은 레벨 테스트를 통해 상급반으로 올라가는 시스템이 아니었기에, 회원들의 수영 편차가 커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스스로가 잘 안 되는 영법의 수영을 할 때는 마음이 급해진다. 앞사람은 점점 더 멀어지고, 뒷사람과의 간격은 가까워지니까. 특히 앞으로 잘 나가지 않기에 부담감이 높은 평영이나 배영은 바로 앞에 있는 사람과의 간격은 멀게만 느껴지고, 내 뒷사람은 엄청 가깝게 바짝 쫓아온다는 불안감 때문에, 내 속도를 유지하기 어렵다. 당연히 자세도 엉망이 된다. 최대한 앞사람을 잡지 않기 위해 간격과 속도를 맞춰 수영하기도 쉽지 않다.
자신이 어느 정도 수영하는지 테스트 없이 자신이 등록한 수영 반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새로운 사람(뉴 페이스)은 수영 첫날, 선생님이 워밍업으로 몇 바퀴 수영을 해보라고 하고, 자리를 정해주는 경우가 있다. 이때 자리를 잘못 정해주면 선생님이 욕을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반적으로 처음 온 회원은 맨 뒤에 서서 수영을 시작한다(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분위기상?). 몇 바퀴 돌면서 뒤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보다 빠르니 앞으로 가라는 양보를 받으면서 새로운 사람은 앞쪽으로 조금씩 자리를 이동하기도 한다. 새로운 사람이 수영을 잘하지 못하면 그냥 맨 뒤에 서서 천천히 앞사람을 따라 수영하면 된다.
새로운 사람이 일반적인 수영장의 자리 룰(이게 일반적인지는 잘 모르겠다)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앞자리에 서게 되는 날이면 회원들끼리 싸움이 나기도 한다. 때론 자기보다 빠르지만, 앞자리로 넘어가지 못하게 자리 양보를 하지 않으며 텃세를 부리는 경우도 많다. 그런 건 자기는 모르는 척, 전혀 상관없는 척하며 뒷사람의 길을 막으면서 자기만의 자리를 지키며 수영하는 사람들도 있다(그 뒤에 자리를 잡게 되는 날이면 운동이 되지 않아 분통이 터지기도 한다).
수영장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사람들을 만난다. 앞사람과 바로 붙어서 엄청 쫓아가려는 사람, 뒷사람이 바짝 붙어서 쫓아오면 마음이 급해져서 막무가내로 수영하는 사람, 속도와 간격을 지키라고 뒷사람에게 잔소리와 짜증을 내면서도 자신은 빨리 수영하지 않는 사람, 너무 빨리 가면 빨리 간다고 조금 천천히 가라고 하면서 뭐라고 하고 늦게 가면 또 늦는다고 투덜대는 사람, 누구에게든 자기 앞에 서라고 양보하고 맨 뒤에서 수영하는 사람, 다른 사람의 자세를 봐주며 틈날 때마다 상세히 알려주는 사람, 무조건 앞쪽 자리에 서야 한다고 운동이 된다고 자리 욕심을 내는 사람들까지…. 다 제각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