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팀장들 의견에 적극 반대한 3가지 이유
채용도 마케팅입니다. 경력 우대 신입 채용은 인재육성 못한다는 광고에요
신입사원 채용 회의가 있던 날. 인사 담당자들부터 팀장까지 모인 자리에 참석했다. 실무진 대표로 나는 그 회의에 들어갔다. 여러 이야기를 오가던 중 매우 위험하고 꼰대 같다는 말이 내 귓가에 들렸다. 그 말은 신입 채용에 경력자를 우대하자는 팀장들의 요청이었다.
첫 번째 이유 : 기존 신입사원의 성장이 더딘 건 팀장의 능력 부족
신입사원의 성장 속도가 더디다는 이야기가 시작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신입사원이지만 경력 있는 중고 신입 위주로 뽑자는 의견이 나왔다. 팀장들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그 말을 듣자 나는 팀장들의 무능력을 인정하는 것으로 들렸다. 신입사원은 실무에 배치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신입사원은 적응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성장 속도가 더디다는 말을 한다는 것은 팀장들의 능력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팀장들이 인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부족한 인재 관리 및 육성 능력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또한 신입사원들이 힘들어한다는 소문을 듣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그들의 말로 인해 나는 팀장들의 인사 관리 능력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실무 경험이 없어도 좋은 인재는 많다. 오히려, 잘못된 방향으로 육성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팀장 3명이 찬성했던 경력 우대 신입 채용은 그들에게는 쉬운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계속 그 쉬운 길만을 택하면 더 큰 논란과 앞으로의 인재 육성 문제를 외면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이유 : 고객에게 불쾌하게 보일 수 있다
시원하게 팀장들이 육성이 못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팀장들의 역린을 건드려버리는 꼴이 될 거라 생각했다. 과거 한 명의 팀장으로 인해 그만둔 직원도 있었기에 민감한 사항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외적 이유로 경력자 우대 신입 채용을 반대했다. 신입 채용의 경력자 우대라는 아이러니를 지적했다.
지원자는 채용의 고객이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경력자 우대 신입 채용이 꽤 불쾌해 보일 수 있다. 역차별이라 고민할 수 있는 소지가 된다.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신입 채용이라면서 경력자를 우대해서 뽑겠다는 것은 결국 경력자를 뽑겠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그래서 신입 채용이지만 경력직을 우대하는 것은 지원자 입장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
세 번째 이유 : 사회적 트렌드와 맞지 않다
열심히 반대하자 팀장들은 내 의견을 더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상하게 봤다. 한 팀장은 신규 직원들의 역량이 좋아 기존 직원들의 역량을 뛰어넘을 것 같은 두려움에 그러냐는 질문을 던졌다. 당혹스러웠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공정성이 중요한 사회적 가치다. 그런데 경력 우대를 명시한 신입 채용은 이러한 논란과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들이 갖고 있는 능력이 이미 있다면 우대하지 않아도 채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나는 중고 신입으로 입사했다. 중고 신입이 회사 적응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꼭 일을 잘한다는 것과는 연결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그리고 중고신입이 들어와서 나도 배울점이 있다면 배우는 것이지 경쟁관점으로 생각해보고 싶지도 않았다.
채용도 하나의 마케팅이다
신입사원 채용도 기업과 상품과 연결된 마케팅이다. 채용과정에서 나온 불만들은 기업의 평판을 좌우한다. 이는 곧 회사, 상품의 이미지, 그리고 인력 확보와도 연결되는 민감한 사항이다. 과거 금호석유화학에서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통보한 세심한 불합격 문자는 많은 화제가 되었다. 많은 매스컴에 미담사례로 노출되었고, 이는 곧 기업의 브랜드 가치 향상으로 이어졌다.
취업준비생은 상대적인 약자이지만 한편으로는 기업 입장에서는 중요한 고객이다. SNS, 유튜브 등의 사용이 자유로워서 개인의 생각과 사건사고도 쉽게 전파된다. 그래서 채용도 채용 대상자를 고객으로 한 마케팅 접근도 필요하다. 인사를 얻는 과정에서 좋은 채용 태도를 보이는 것이 기업과 상품 홍보에 자연스럽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경력을 이력 사항이나 자기소개서에 넣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그리고 경력은 지원자 개개인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스펙이다. 그러나 경력 있는 신입으로만 뽑겠다고 하는 것은 역차별로 보일 수 있다. 역량을 갖추고도 인턴이나 직무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신입이라는 단어를 써서 채용한다는 것이 그들을 우롱하는 것이다.
경력 있는 신입 채용보다 기업의 자아성찰이 더 필요
영업마케팅으로 일하고, 나름 오랜 기간 취업준비생으로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광고나 채용공고를 보면 그 기업의 강점과 약점이 보인다. 기업의 소통이기 때문에 광고나 채용공고에 담겨있는 메시지나 디테일도 기업의 인성을 담고 있다. 그래서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을 잘 담아야 하는 업무이기도 하다.
경력 우대 신입 채용은 기업 입장에서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 젊은 퇴사가 늘어나는 요즘, 기업의 인사를 너무 쉽게 생각하며 만들어낸 문제가 아닌지. 경력 있는 신입을 채용하겠다는 생각보다 자아성찰이 지금 기업과 우리에게 더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