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20억 프로젝트를 맡은 신입의 깨달음

작고 쉬운 것부터 천천히 유도해야 사람이 바뀐다

by 임용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입사 8개월 차 나는 이 문장을 곱씹었다. 주변 사람들이 내가 처음 사회에 첫 발걸음을 했을 때 항상 강조했던 말이기도 했다. 그래서 사회생활하며 진리처럼 믿고 있던 말이었다. 그러나 20억 프로젝트를 오픈하고 난 뒤 나는 느꼈다. 곱씹었던 것은 진리처럼 믿고 있던 말이었지만, 간과하고 내가 놓쳐버렸다는 사실을.


정확성을 추구하다 단순성을 놓쳤다


신입사원 입사 4개월 차, 나는 20억 프로젝트의 담당자를 맡았다. 회사의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 개발 프로젝트였다. 나는 실무진과 협력업체들의 의견을 종합하고, 조율하여 전산 개발업체에 전달하는 역할이었다. 입사 4개월밖에 안된 내가 맡은 이유는 거래 구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신입사원으로 중책을 맡아 얼떨떨했지만 잘 해내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리고 이러한 의지와 더불어 20억이라는 무게감은 정확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마음이 됐다. 그리고 약 5개월이 지나 프로젝트가 오픈하는 날이 되었다. 오픈 뒤 예상과 다르게 협력업체에서 엄청난 문의와 불편사항에 대한 전화가 빗발쳤다. 정확성을 추구하다 보니 협력업체가 복잡한 절차를 통해 많은 정보를 입력하게 만들었던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협력업체는 많은 문의사항과 불편함을 호소했던 것이다.


단순하게 정말 필요한 것만 남기자


협력업체에 너무 급진적인 변화와 함께 많은 것을 요구했다고 판단했다. 기존에 한 가지만 입력하던 일을 갑자기 10단계로 입력하기를 요구함에 따라 발생한 문제였다. 협력업체의 요구사항도 단순함이었다. 하지만 단순함을 위해 정확성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단순함과 정확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협력업체가 입력해야만 하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여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필요한 3가지만 남기고 나머지는 자동화하거나 본사 직원들의 업무로 바꿨다. 협력업체도 10단계에서 3단계 입력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보여줬다. 그렇게 갈등은 봉합되었고, 협력업체와 우리는 변화된 전산에 적응했다. 기존에 기획했던 사항들과는 달라졌지만 서로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변하게 만들고 싶다면 단계적으로


돌이켜보면 협력업체 불만은 당연했다.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를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그런데 나는 프로젝트에서 정확도를 위해 협력업체에 많은 사항을 요구했다. 따라서 많은 요구와 변화를 바라는 것은 협력업체 입장에서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불만이 줄어들고 프로젝트가 끝날 시점에 나는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문장을 곱씹었다. 곱씹다 보니 기존의 부정적인 의미 외에 다른 게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이 바뀌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와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긴 시간을 두어 작은 목표로 나누고, 작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유도하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이 들자 어떤 일이든 큰 청사진을 그리되 작은 에너지로 수 있는 것부터 단계별로 진행해야 한다 느꼈다. 그래야 사람이 갖고 있는 변화에 대한 거부감 또는 인지적 구두쇠를 극복할 수 있다 판단했다. 작은 에너지로 만든 일들이 모여 큰 변화가 되어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을 느꼈다.


20억이라는 수업료로 배운 깨달음과 과제


20억은 프로젝트 비용이자 나에게는 꽤 가치 있는 수업료였다. 프로젝트를 통해 나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에 매우 공감했다. 하지만 자세히 그 문장을 들여다보면 사람을 바뀌게 만들 수 있는 답이 그 문장에 숨어있었다. 그 문장 속에서 알게 된 깨달음으로 나는 항상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고려해야 할 3가지를 챙긴다.
1. 일이 실행되었을 때 관계된 모든 사람들의 예상된 생각과 행동들

2. 큰 목표를 나누어 단계별로 작게 나누어 하나씩 유도하는 방법

3. 작은 실행들이 모여 만들어진 사람들의 변화 그리고 혁신이라 불리는 결과물

이러한 깨달음은 영업과 마케팅 그리고 업무도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사람을 이해하고 생각의 폭을 넓히기 위한 인문학 공부가 평생의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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