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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귀한 아들 04화

둘째는 좀 이상했어.

그것이 그냥 개성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으랴.

by 이사라

나는 둘째를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청력검사를 하기로 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도 나는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기가 싫었다. 하지만 둘째에게는 첫째와는 다른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 이상한 점이 그냥 개성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으랴.


퇴근 후 현관 문을 열고 들어가도 보행기에 앉아있는 둘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저렇게 집중력이 좋다니... 공부를 잘하겠어.' 하고 나는 생각했다.

반면 첫째는 문여는 소리가 나자마자 현관쪽으로 기어오곤 했던 것이다.


처음 이 세상에 나왔을 때도 둘째는 울음을 터뜨리는 대신 눈을 뜨고 좌우를 살펴보았다고 했다.

"둘째가 참 개구지게 생겼어요. 울지도 않고 우리를 뻔히 둘러보는데요."

하고 신생아실 간호사가 말했다.

'태어날 때부터 호기심이 어쩌면 그렇게 많은지. 어휴 이 개구쟁이, 호기심쟁이'


신생아 때도 얼마나 또렷하게 눈를 맞추던지. 항상 둘째의 눈은 나를 향해 있었다.

'녀석. 총명하기도 하지. 형아는 아직 눈도 못 맞추는데'

언니는 이런 둘째를 보고, "어머나 애는 무척 똘망똘망해, 이런 애는 처음이야" 하고 웃었다.


첫째가 응애~~ 응애~~하고 전형적인 신생아 울음 소리를 낼 때도 둘째는 어! 어! 하고 울었다.

둘째의 울음소리는 언제나 재미있는 이야기거리였다.

"애 우는 소리는 좀 웃겨. 우유병을 물고 있다가도 내가 문을 열고 나가려고만 하면 우유병을 뱉고는 나를 불러. 벌써 사람을 부를 줄 알고. 애가 좀 건방져 "

나는 지인들에게 둘째가 얼마나 웃기고 개성이 있는 아기인지 웃으며 말하곤 했다.


첫째가 옹알이를 할 때, 둘째는 혼자 꽈리 터트리는 소리를 냈다. 꽈드득. 꽈드득.

'오리도 아닌데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어. 개구리 소리 같기도 하고. 개성 만점이야. 그나저나 옹알이는 언제 하려나.'


왜 내가 안된다고 말하는데도 나를 쳐다보지 않고 내 말을 그리 안들을까.

'고집이 장난이 아니야. 내 말을 안들어. 내가 소리치며 혼내도 쳐다보지도 않아.'

그리고 내가 이리 오라고 소리치는데도 왜 이모 발끝만 쳐다보며 그 움직임을 쫒아 기어갈까.


그랬다. 둘째의 이상한 점들을 나는 그냥 개성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야 그런 모든 면들이 듣지 못해서 그랬구나 싶었다. 낯선 세상을 온통 보는 것에 집중하여 이해하려 한 행동이었다고.

베이비시터가 내게 둘째가 못 듣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해주었을 때 나는 그 말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병원 청력검사를 받기로 한 것은 들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의사선생님이 내 이야기를 듣고

"못 듣는다면, 그건 심각한 일인데?"

하고 말했을 때도 나는 속으로 '설마 그럴리가요. 그냥 검사한번 받아보면 잘 듣고 있는데 반응이 좀 느리다고 결론이 날텐데요'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의사선생님의 그 말을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흘려 들었던 기억이 난다.


검사 예약날짜를 받아 놓고 저녁마다 집에서 둘째를 시험했다.

뒤에서 딸랑이를 흔들고 둘째가 고개를 돌리는지 안돌리는지. 둘째가 고개를 돌리면 안심이 되었다가 꼼짝도 하지 않으면 내 마음은 어두워졌다.

뒤에서 박수를 치기도 했는데, 그 때는 뒤를 돌아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봐 소리를 듣잖아. 나는 듣는다고 생각했다.

공기의 진동, 미세한 떨림을 둘째가 느끼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나는 둘째의 청력이 온전하다고 믿었다. 그동안 내가 둘째에게 해 주었던 말들, 뱃 속에 있을 때부터 들려주었던 말들을 다 들었을거라고.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으며 다 기억하고 있으리라고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나의 그런 바램과는 달리 검사 결과는 냉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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